한국法 밖의 '글로벌 OTA'…"전담 컨트롤타워·플랫폼 규제 필요"

[글로벌 여행플랫폼 공습 10년]③ 부처별 분산 관리에 책임 주체 불명확
EU는 플랫폼 사전 규제, 한국은 규제 공백…"전담 컨트롤타워 필요"

편집자주 ...부킹닷컴과 익스피디아가 한국에 상륙한 지 10년. 글로벌 OTA 빅4가 세계 여행시장을 독과점한 가운데 중국 플랫폼까지 한국 시장을 양면으로 잠식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여행사는 체질을 바꾸지 못했고, 소비자 피해는 급증하는데 법과 소관 부처는 여전히 공백이다. 글로벌 여행플랫폼 공습 10년, 한국 여행산업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한국 여행시장을 집어삼킨 글로벌 공룡 플랫폼들이 정작 국내법의 테두리 밖에서 치외법권적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피해가 최근 수년 새 폭증하며 임계점을 넘었음에도 정부는 소관 부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대책 마련을 미루는 실정이다.

토종 여행사들이 겹겹이 쌓인 국내 규제에 발이 묶여 고사하는 사이,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들은 제도적 공백을 틈타 안방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3456건 피해에도 '솜방망이'…8년 무신고 영업도 과태료뿐

소비자 피해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접수된 글로벌 OTA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아고다 2190건, 트립닷컴 1266건 등 총 3456건에 달한다. 환불 거부, 취소 수수료 과다 청구, 예약 내용과 다른 숙소 배정 등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제재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트립닷컴은 2017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2025년까지 8년간 통신판매업 신고조차 하지 않고 영업을 이어왔다. 적발 이후에도 가벼운 과태료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아고다에 환불 조건·취소 수수료 미고지 등을 이유로 과징금 24억 2400만 원을 부과한 것이 그나마 이례적인 제재로 꼽힐 정도다.

약관 역시 소비자에게 불리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트립닷컴 이용약관 제12조는 분쟁 발생 시 싱가포르 법률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아고다 약관 제39조도 관할권을 싱가포르 법원으로 제한했다. 2024년 공정위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유사 조항을 시정한 선례가 있지만, OTA에는 아직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해외 OTA의 약관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거나 분쟁 해결을 외국 법원으로 강제하는 등 불공정 소지가 있는 약관 조항들에 대해서는 시정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트립닷컴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소비자원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24시간 한국어 고객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ISMS-P 인증에 대해서는 "관련 인증 강화 및 보안 인프라 확충에 대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문체부도 공정위도 아니다…'주인 없는' 글로벌 OTA 규제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글로벌 OTA를 관할하는 소관 부처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관광산업을 관할하는 문체부는 글로벌 OTA를 직접 규율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공정위는 약관 심사 권한은 있지만 OTA 산업 전반을 관할하지는 않는다. 방미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기반으로 정보 미고지 등 일부만 제재할 수 있다. 세 곳 모두 일부분만 관할하고 전체를 책임지는 곳은 없는 소관 공백 상태다.

국내 여행사들은 이 같은 규제 공백이 사실상 역차별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야놀자, 여기어때 등 국내 사업자는 정보보안 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 획득하고 관광진흥법에 따른 등록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글로벌 OTA는 이 같은 규제 밖에서 영업한다.

국내 한 주요 여행사 관계자는 "글로벌 OTA는 국내 기업이 준수하는 규제나 세제 의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국내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인바운드 유치 사업마저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편중되는 경향이 있어 국내 업계 전반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운영됐던 'OTA 생태계 발전을 위한 민관협의체'도 팬데믹 이후 7년째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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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규제는 한계"…컨트롤타워·플랫폼 규제 서둘러야

변화의 조짐은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매출 1조 원 이상 또는 국내 월평균 접속자 100만 명 이상인 해외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했다. 공정위도 올해 3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며 후속 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다.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화 조항은 공포 후 1년이 지나야 시행된다. 그사이 소비자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직접 확인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며 "트립닷컴은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중국·싱가포르 계열사와 공유할 수 있다는 약관을 두고 있었고,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사실상 선불카드를 판매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기업은 등록·보증·보고 의무를 다 지키는데 해외 기업은 국가·언어 설정만 바꾸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구조였다"며 "시행령 단계에서 대리인 지정 기준을 낮추고 시행 유예기간을 단축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규제 형평 못지않게 경쟁 기반 자체의 격차도 문제라고 짚었다.

해외 OTA의 평균 수수료율은 16.5%로 국내 OTA(10%)보다 높지만 숙박·여행업체들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의원은 "규제와 지원은 별개가 아니라 한 세트"라며 "역차별 해소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내 업체가 실제로 경쟁할 수 있는 결제·데이터 인프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도 "글로벌 OTA는 탈국경 비즈니스이지만 소비자 보호와 분쟁 해결 체계는 국내 제도에 머물러 있다"며 "시장지배력이 큰 글로벌 OTA 기업에 법적 의무나 제재 없이 자율적인 개선만 기대해서는 소비자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문체부 전담 컨트롤타워를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글로벌 OTA에 대해 국내 소비자 보호 의무, 환불·취소 기준의 투명성, 국내 책임 주체 지정 등을 의무화하는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