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와 눈 맞추고 판다와 힐링"…에버랜드, 봄 시즌 50만명 몰렸다
개장 50주년 기념 사파리 새단장…동물복지 개선으로 관람 질 높여
판다 가족·120만 송이 튤립·신규 공연까지 봄 콘텐츠 총집결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용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곳곳에 봄나들이 나온 상춘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이 뒤섞여 주말 나들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튤립축제 개막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5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늘어난 수치다. 올봄 에버랜드는 50주년을 맞은 사파리월드 리뉴얼을 비롯해 판다 가족, 신규 서커스 공연까지 대형 콘텐츠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동물 콘셉트로 외관을 꾸민 40인승 EV버스에 올라타자 묘한 설렘이 밀려왔다. 버스가 천천히 사파리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순간, 첫 번째 구역 타이거 포레스트에서 대나무 숲 사이로 벵갈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트램과 달리 통창으로 설계된 EV버스 덕분에 호랑이가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나쳤다.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시야 가득 동물들이 들어왔다. 옆자리에서는 "이 버스 정말 안전한 거죠?"라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들려왔다.
라이온 사바나로 넘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번 리뉴얼로 처음 공개된 백사자 '랑크'가 높은 바위 위에 올라앉아 초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바'가 이끄는 무리와 함께 두 프라이드로 나뉜 사자들이 탁 트인 초원을 나눠 점거한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았다. 동물들의 털에는 윤기가 흘렀고 움직임도 활기찼다.
자작나무 숲 깊숙한 곳에서는 사파리의 '스타 커플'을 만났다. 한국호랑이 아빠 '태호'와 엄마 '건곤이' 부부다. 나란히 숲 사이를 걷는 두 호랑이의 모습에 버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태호는 나뭇가지를 물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건곤이는 물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현재 타이거밸리에서 지내고 있다.
마지막 베어밸리에서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329호 반달가슴곰을 지나치자 유라시아 불곰들이 등장했다. 몸길이 최대 3m, 몸무게 500kg의 육중한 존재감이었지만 뒤뚱거리는 외모 덕분에 관람객들의 탄성과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한낮의 더위를 이기지 못한 듯 웅덩이에 몸을 반쯤 담근 채 버티는 불곰도 눈길을 끌었다. 물놀이를 좋아해 털색이 바랜 '포세이돈'은 이날도 물속에서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파리월드는 1976년 에버랜드 개장과 함께 탄생해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약 1년간의 준비 끝에 이뤄진 이번 리뉴얼로 동물별 서식지를 본뜬 테마 환경이 새롭게 조성됐다. 사바나 초원(사자), 포식자의 숲(호랑이), 북방의 숲(불곰) 등이다. 동물들이 실제 사용하는 면적도 기존 대비 2배 이상 넓어졌으며 현재 8종 50여 마리가 생활 중이다. 누적 이용객은 약 9000만 명에 달한다.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예전에는 많은 종을 보유하고 새끼를 많이 낳는 것이 동물원의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각 종의 고유한 행동을 보여주고 개체 하나하나의 복지를 챙기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존 내연기관 트램에서 교체된 EV버스는 소음과 진동이 크게 줄어 동물들도 한결 편안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사파리를 나와 판다월드로 향했다.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줄이 이곳의 인기를 말해줬다. 2014년 입국한 러바오와 2016년 건너온 아이바오 부부 사이에서 2020년 쌍둥이 루이바오·후이바오가 태어나면서 에버랜드 판다월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다 가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됐다.
대나무를 우적우적 씹는 러바오의 무심한 표정, 유리 너머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기웃거리는 쌍둥이의 모습에 관람객들이 연신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맹수 구역의 팽팽한 긴장감과는 전혀 다른, 한없이 느긋한 공간이었다.
판다월드를 나나서자 포시즌스가든이 눈앞에 펼쳐졌다. 따가운 햇살 아래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 100여 종 120만 송이의 봄꽃이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온통 봄꽃으로 물든 정원 한가운데 서자 유럽의 튤립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대형 LED 스크린 속 정원 영상과 실제 화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피니티 튤립 가든 앞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이 북적였다.
해가 지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영국 설치미술가 브루스 먼로와 협업한 가든 라이팅이 켜지면서 광섬유 조명과 아트 조형물이 튤립 사이로 빛의 물결을 만들어낸다. 튤립축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그랜드스테이지 앞에 서자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외관이 완전히 바뀌어 마치 19세기 유럽 서커스단의 천막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 공간이 예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낯설었다.
캐나다 서커스 제작사 엘로와즈와 공동 제작한 '윙즈 오브 메모리'는 서커스와 뮤지컬,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약 40분짜리 공연이다. 콘토션, 에어리얼 폴, 러시안 스윙 등 7종의 고난도 곡예가 쉼 없이 이어지는 동안 약 1000석 규모의 객석에선 비명과 박수가 번갈아 터져 나왔다.
1993년 설립된 엘로와즈는 태양의 서커스, 세븐 핑거스와 함께 캐나다 3대 서커스 제작사로 꼽히며 전 세계 50개국 700여 개 도시에서 70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쳐온 곳이다. 단순한 곡예를 넘어 하나의 이야기 흐름 속에서 펼쳐지는 무대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았다.
seulb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