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대통령 등판했는데"…국가관광전략회의 향한 '두 시선'
관광, 반도체급 핵심 산업으로 격상…비자 문턱 낮추고 바가지 '원스트라이크 아웃'
李대통령 질의에 당국·참석자 '전략적 답변' 실종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7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지휘봉을 잡은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두고 관광업계 엇갈린 시각이 나온다.
관광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킨 범부처 지원책에는 기대감이 쏟아졌다. 다만 일각에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는 '실행형 회의'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제11차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는 시작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으로 15개 부처 장관급 인사가 총출동하며 사실상 '관광 국무회의'를 방불케 했다.
이날 정부는 외래객 3000만 명 유치 목표를 2029년으로 1년 조기 달성하겠다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주요 과제로는 △인도네시아 단체 무비자 시범 시행 및 지방공항 국제선 노선 증편 △복지부(일반숙박)와 문체부(관광숙박)로 나뉜 숙박업 진흥 업무의 문체부 일원화 △'바가지요금' 적발 시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이 핵심 안건으로 확정됐다.
이는 관광을 반도체, 자동차에 이은 핵심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던 관광업계는 이번 VIP의 등판을 강력한 부처 협업의 '골든타임'으로 기대했다.
단순 보고를 넘어선 이날 회의에서는 현장에 참석한 기업인 및 주요 인사들의 굵직한 건의가 이어졌다.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은 "진정한 친절은 밝은 미소에 더해 관광객에게 필요한 것과 불편한 것을 먼저 살펴 해소해 드리는 것"이라며 결제·교통 등의 불편함이 없도록 기업과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조남성 무신사 대표는 K-패션을 핵심 관광 콘텐츠로 조명하며 "안내 책자에 K-패션에 대한 언급이 아직 부족하다. 성수동이나 뚝섬 일대처럼 K-관광 특화 거리 조성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인천공항에 내린 외국인이 지방으로 가기 위해 왜 김포공항으로 다시 가야 하느냐"며 직항 노선 및 교통 연계 부족을 짚었다. 나아가 현장 참석자들에게 "정부가 생색내는 정책 말고, 진짜 어디에 돈을 써야 시장이 크겠느냐"며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회의 이후 업계의 평가는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등 주요 단체는 "관광 산업의 위상 제고와 속도감 있는 정책 실현이 기대되는 가뭄의 단비"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회의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뼈아픈 조언도 이어졌다. 기대를 모았던 참석자들의 제언이 거시적 전략 수립보다는 지엽적인 민원 전달에 치우쳤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정란수 프로젝트 수 대표 겸 한양대 겸임교수는 "관광 생태계는 개별여행(FIT)과 AI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음에도 회의는 전통적인 여행업의 낡은 틀에 갇혀 있었다"며 "부처 간 칸막이 등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고 짚었다.
전략 부재에 따른 예산 집행 효율성 우려도 제기됐다. 김바다 한국스마트관광협회 회장은 "획기적 아이디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앙 정부 주도의 콘텐츠는 일회성 예산 낭비로 흐르기 쉽다"며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지역 콘텐츠를 시장에 맞게 재구축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안 올 사람을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 "정부가 진짜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느냐"는 대통령의 거시적인 질문에 당국과 업계가 전략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한 점이 결정적인 과제로 남았다.
익명의 관광업계 관계자는 "거시적 정책 마련이 아닌 단순 업계 민원 수리 창구로 전락한 느낌"이라며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되지 않으려면 부처 간 칸막이를 실질적으로 허무는 실천적 성적표가 당장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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