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프랑스의 전부는 아냐"…숨은 여행지 4곳 [여행기자 픽]

예술로 부활한 낭트부터 모네의 도시 르아브르까지
현지 관광청 담당자들이 소개하는 '여행법'

편집자주 ...[여행기자 픽]은 요즘 떠오르거나 현지인 또는 전문가가 추천한 여행지를 '뉴스1 여행 기자'가 직접 취재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예약부터 꼭 살펴야 할 곳까지 여행객에게 알면 도움 되는 정보만을 쏙쏙 뽑아 전달하겠습니다.

기계섬의 자이언트 코끼리(Machines de l'île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파리만 가봤다고 프랑스를 다 안다고 말하긴 이르다.

예술로 도시를 되살린 낭트, 지중해와 알프스를 한눈에 품은 니스, 와인 향 가득한 몽펠리에, 인상파 화가 모네의 숨결이 남은 르아브르까지.

이 네 도시는 아직 한국인에게 덜 알려졌지만, 프랑스 현지에서는 "가장 뜨는 현지 여행지"로 꼽힌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프렌치 데이즈 인 서울 2025' 행사에서 각 도시 관광청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만의 '프랑스 여행법'을 들어봤다.

자비에 테레(Xavier Theret) 낭트관광사무소 해외홍보부장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장 줄리앙의 감시하는 사람(Le Guetteur)(프랑스관광청 제공)
예술이 구한 도시, 낭트

한때 거대한 조선소로 번성했던 도시, 낭트(Nantes)는 지금은 '예술로 재탄생한 도시'로 더 유명하다. 옛 조선소 부지를 예술가들의 놀이터로 바꾼 '기계섬'(Machines de l'île)은 낭트를 대표하는 명소다. 50명이 탈 수 있는 거대한 코끼리가 천천히 거리를 걸으면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 카메라를 든다.

자비에 테레(Xavier Theret) 낭트관광사무소 해외홍보부장은 "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은 '놀라움'"이라며 "이곳을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에서 가장 미친 도시'라고도 한다"고 웃었다.

그는 "낭트는 쇠락한 조선소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대신 예술로 다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쥘 베른과 다빈치의 상상력을 결합한 '기계섬'은 세계 어디에도 보기 어려운 명소이다.

자비에 테레 부장은 낭트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으로 '초록색 선'을 추천했다.

그는 "도심 바닥에 그려진 초록 선을 따라 걸으면 18㎞의 예술 산책로 '르 보야주 아 낭트'(Le Voyage à Nantes)를 따라가게 된다"며 "작품 100개가 길 위에 흩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낭트는 미식 도시로도 손꼽힌다. 신선한 해산물에 현지 화이트와인 '무스카데'(Muscadet)를 곁들이면 완벽하다. 2~3일 일정으로 예술 산책, '기계섬' 체험, 와인밭 방문까지 즐기는 게 낭트를 느끼는 정석이다.

샤오위 천 니스관광안내사무소 레저 개발 매니저(왼쪽), 루디 셀즈(Rudy Selz) 니스관광사무소 대표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니스 해안 도시 풍경(니스관광안내사무소 제공)
지중해와 알프스, 문화가 있는 '니스'

'지중해의 여왕'으로 불리는 니스(Nice)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푸른 바다와 하얀 산, 두 얼굴을 동시에 가진 도시다. 차로 1시간이면 해발 3000m 알프스에 닿고, 15분이면 모나코, 30분이면 이탈리아 국경이다.

루디 셀즈(Rudy Selz) 니스관광사무소 대표는 "니스는 하루 만에 세계여행이 가능한 도시"라고 설명했다.

니스는 최근 '지속가능한 도시 여행'을 선언했다. 보행자 전용 도로, 자전거 도로, 트램으로 교통이 정돈돼 있어 도보 여행이 즐겁다.

또 1760~1940년대 건축된 9곳의 호텔엔 '니스 역사호텔' 라벨이 부여되어 전통의 품격과 클래식한 낭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전통 요리를 선보이는 유수의 레스토랑엔 '니사르드'(Nissarde) 라벨이 붙었다.

루디 셀즈 대표는 "니스는 파리 다음으로 호텔 객실이 많다"며 "현지 쿠킹클래스에서 직접 요리 배우는 체험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피아 펜조(Pia Penzo) 몽펠리에관광사무소 홍보매니저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몽펠리에 코메디 광장(몽펠리에관광사무소 제공)
평균 연령 40대 이하…젊은 감성의 도시, 몽펠리에

몽펠리에(Montpellier)는 프랑스 남부의 '젊은 도시'다. 평균 연령 40세 미만, 주민 30만 명 중 절반이 학생일 만큼 활력이 넘친다. 유럽 최대 포도밭을 품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

피아 펜조(Pia Penzo) 몽펠리에관광사무소 홍보매니저는 "몽펠리에는 와인, 예술, 스타트업이 함께 자라는 도시"라며 "도심에서 와이너리까지 30분이면 닿고, 랑그도크 와인과 그레 드 몽펠리에 AOC는 꼭 맛보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 년 중 300일이 맑고 트램과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어 도보 여행에 최고"라며 "역사지구를 도는 45분짜리 미니 트레일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제공된다"고 전했다.

여행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은 굴 양식장 방문.

피아 펜조 매니저는 "지중해가 보이는 양식장에서 직접 굴을 따고, 와인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며 "기념품으로는 12세기부터 이어진 사탕 '그리제트'(Grisette)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리제트는 성지순례자들이 돈처럼 사용하던 달콤한 사탕으로 지금은 '행운의 사탕'이라 불린다.

알로이스 오쉬(Aloïs Auch) 르아브르관광사무소 영업이사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르아브르 시청사 18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르아브르 전경(프랑스관광청 제공)
"모네가 사랑한 빛의 도시"…르아브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항구도시 르아브르(Le Havre)는 '전쟁의 폐허에서 부활한 도시'이자, 인상주의의 고향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의 80%가 파괴됐지만,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가 콘크리트를 이용해 도시를 재건하며 새로운 삶을 불어넣었다.

알로이스 오쉬(Aloïs Auch) 르아브르관광사무소 영업이사는 "르아브르는 모네가 '인상, 해돋이'를 그린 도시"라며 "그래서 르아브르는 '빛의 도시'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르아브르는 프랑스 최초로 욕실이 딸린 아파트가 생긴 도시로도 유명하다.

알로이스 오쉬 이사는 "그때부터 '살기 좋은 도시' 개념이 시작됐다"며 "페레의 설계로 재건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고 덧붙였다.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르아브르 미술관 뮤마(MuMa)에서는 모네 서거 100주년 기념전 '모네 오 아브르'(Monet au Havre)가 열린다.

인근 필수 방문지로는 '에트르타'(Étretat)를 꼽을 수 있다. 절벽은 코끼리 코 모양의 암석으로 유명하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