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명 몰린 '미스터트롯2' 크루즈…선상·육지 넘나들다 밤이 깊었네

코스타 세레나호, 첫 기항지 사카이미나토
요괴 보고 놀란 가슴 정원서 '힐링'

코스타 세레나 호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해있다. ⓒ 뉴스1

(일본=뉴스1) 소봄이 기자 = 많은 여행객의 버킷리스트이자 은퇴 후 로망으로 꼽히는 '크루즈' 여행이 재개됐다. 롯데제이티비가 국내 최대 규모의 전세선 '코스타 세레나호'를 가동한 데 이어 '미스터트롯'까지 함께 묶은 관광 상품을 내놓자 4000여명이 몰렸다.

10월18일 부산에서 출항한 코스타 세레나호는 일본 사카이미나토시(市)와 마이즈루시(市)를 거쳐 10월21일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규모 11만4000톤, 전체 길이와 폭은 290m·35m에 달하는 크루즈는 한눈에 담기도 쉽지 않았다.

바다위 특급호텔인 크루즈는 총 14개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중 5층이 선수와 선미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5층 선수에서 아폴로 그랜드 바, 아이스크림 가게, 카지노 구간을 지나면 선미에 도착한다.

코스타 세레나호 '스위트룸' 객실 모습. 커튼을 열면 발코니를 통해 망망대해 바다를 볼 수 있다. ⓒ 뉴스1
승선 환영 파티가 시작되자 3~5층에 승객들이 몰렸다. ⓒ 뉴스1
카지노를 즐기는 승객들. ⓒ 뉴스1
정적인 활동을 선호하는 승객들은 9층 리오 솔레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 뉴스1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오션뷰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사진은 9층 뷔페 레스토랑. ⓒ 뉴스1

객실 수만 1500개, 식·음료 시설은 무려 17개였다. 여기에 빠지면 섭섭한 수영장은 4개, 헬스장과 스파·마사지 시설도 승객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다만 크루즈 시설을 이용하려면 출입증 겸 신분증, 결제 수단인 '코스타 카드'를 항상 지참해야 한다.

선내에는 뷔페부터 정찬 식당까지 다양한 음식을 정해진 시간에 먹을 수 있다. 특히 저녁은 정찬으로 제공되며 야식으로 비빔밥도 맛볼 수 있다.

여행은 승선 환영 파티와 함께 시작됐다. 흥겨운 음악이 선내를 채우자 승객들이 3층 판테온 아트리움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순식간에 몰린 인파는 계단까지 가득 찼고 승객들은 금세 적응해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그 사이 코스타 세레나호는 부산항을 떠나 사카이미나토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첫날이 저물었다.

오전 6시30분. 일출을 보기 위해 발코니로 나가자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 뉴스1
매일 아침 8시30분 9층에서는 스트레칭 프로그램이 열렸다. ⓒ 뉴스1

◇"이 맛에 크루즈 타지"…선내 액티비티 즐기다 '요괴 마을' 도착

매일 아침 선상 신문 읽는 것은 필수다. 객실로 배달되는 신문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찬 선내 프로그램과 레스토랑 운영 정보, 오늘의 주요 하이라이트가 적혀 있다.

크루즈는 다음 날인 10월19일 낮 12시30분이 돼서야 사카이미나토항에 정박했다. 본격적인 기항지 투어에 앞서 승객들은 크루즈에서 스트레칭과 조깅으로 아침을 열었고 음악 퀴즈 맞히기, 댄스 레슨, 농구 게임, 영화 감상 등을 즐길 수 있었다.

일본 돗토리현 서부에 위치한 작은 항구도시인 사카이미나토는 일본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로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 '게게게노 키타로'가 녹아있는 곳이다. '게게게노 키타로'는 요괴들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역대 일본 최고 인기 만화 중 하나로 꼽힌다.

사카이미나토 미즈키 시게로의 거리. ⓒ 뉴스1
각종 요괴로 장식돼있는 가게들. ⓒ 뉴스1

그의 이름을 딴 명소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 도착하자 800m 남짓한 마을 거리가 전부 요괴로 꾸며져 있었다. 청동상으로 만들어진 요괴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고, 요괴로 장식된 가게들은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500엔에 판매하는 '스탬프 노트'를 구매해 요괴 스탬프로 한 장씩 채워가는 소소한 재미는 덤이다. 레트로하고 아기자기한 마을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요괴 동상들에 흠칫 놀랄 수 있으니 얕보면 안 된다.

◇아다치 미술관, 창문 너머 그림 같은 정원에 숨이 '턱'

버스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려 일본 최고의 일본식 정원인 '아다치 미술관'에 도착했다. 아다치 미술관은 '정원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라는 설립자 아다치 젠코의 철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만6529㎡(약 5만평) 규모의 정원은 전시 루트를 따라 빠짐없이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내 크고 작은 창으로 정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침묵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풍경에 압도당해 일순간 고립된 듯한 느낌이 든다.

커다란 통창 앞 의자에 앉아 정원에 찾아오는 사계절을 그려보았다. 자연이 느껴지면서도 잘 가꿔진 정원수는 굉장히 인공적이다. 전시관을 둘러싸며 흐르는 연못에서 잉어가 뛰어올라 적막을 깨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아다치 미술관에서는 커다란 통창을 통해 일본의 정원을 볼 수 있다. ⓒ 뉴스1
창문은 마치 액자같았고, 그림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 뉴스1
연못에서 잉어가 뛰어오르는 모습. ⓒ 뉴스1

◇크루즈와 물아일체…승객들은 일심동체

짧은 관광을 마치고 재승선한 승객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휘몰아치는 프로그램에 정신없이 참여하다 보면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시간 개념은 사라지고 크루즈와 한 몸이 되고 만다.

'효도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딸 덕분에 함께 크루즈에 탑승한 심미숙씨(서울·65)는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심씨는 "배에 3박4일 동안 있으면 멀미는 안 하는지, 배가 바람에 흔들리진 않을지, 가라앉지 않을지 걱정했다"며 "부산에 도착해 배를 보니 안심했고 그때부터 즐겁게 이용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60대 여성 A씨는 구순인 오빠와 70대 언니 등 남매끼리 크루즈에 올랐다. 상식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한 A씨는 아깝게 두 문제를 틀렸으나 음악 맞히기 퀴즈에서 기자와 합심해 1등을 차지했다. A씨는 "오빠, 언니가 크루즈를 안 타봤을 것 같아서 데리고 왔다"며 "오빠가 심장이 안 좋아 이전에 두 번이나 쓰러진 적이 있는데 언제 또 다 모일까 싶어서 같이 가보자 했다. '마지막 여행이려나'하는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언니가 카지노에서 600달러를 땄다"고 웃으며 자랑했다.

그렇게 승객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한 배'에 탔다. 코스나 세레나호는 20일 오전 7시 두 번째 기항지인 마이즈루항에 닻을 내렸다.

매일 밤 5층 아폴로 그랜드홀에서 댄스 파티가 열렸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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