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윤활기유 '금값'…SK엔무브, 점유율·수익성↑ "잘 나가네"
중동 전쟁 여파 중동산 수입 급감…거래 가격 235% 폭등
울산·인니·스페인 생산망 앞세워 대응…전기차·AI DC로 확장
- 황진중 기자
(대전=뉴스1) 황진중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고급 윤활기유 공급이 급감하면서 SK엔무브의 고급 윤활기유 사업이 날개를 달았다. 특히 고급 윤활기유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하면서 '캐시 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SK엔무브는 울산·인도네시아·스페인 생산망과 축적된 배합 기술을 앞세워 중동산 제품 공급 공백을 메운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이런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시장인 전기차용 기능성 유체(플루이드)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냉각유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의 중동산 고급 윤활기유 수입량은 지난 8월 1000톤 미만으로 떨어졌다. 기존 월간 수입량이 통상 6만 4000톤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중동산 물량 유입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 등 윤활유를 만드는 기본 원료다. 성분과 점도 특성 등에 따라 그룹Ⅰ~Ⅴ로 나뉜다. 그룹Ⅲ는 불순물이 적고 온도 변화에 따른 점도 변화가 작아 고급 엔진오일 등에 쓰인다.
그룹Ⅲ 기유는 자동차 출고 전 처음 주입하는 엔진오일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 공급 차질은 완제품 윤활유 조달과 자동차 생산 일정 등 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동 주요 생산설비의 가동 차질이 공급 부족 원인 중 하나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대한 공격으로 펄(Pearl) GTL 설비의 생산라인 두 곳 중 한 곳이 손상됐다.
셸과 카타르에너지가 구축한 펄 GTL은 천연가스를 경유·항공유·윤활기유 등 액체 제품으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고급 윤활기유의 주요 공급원이다. 셸은 손상된 생산라인의 수리가 2027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산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체 물량 확보 수요가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그룹Ⅲ 수입량에서 중동산이 차지한 비중은 44%였다. 올해 1월에는 55%까지 높아져 수급 불안에 대한 노출이 커졌다.
중동산 제품 수급 불안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룹Ⅲ 거래 가격은 올해 1월 갤런당 3.4달러에서 7월 11.4달러로 235% 폭등했다.
공급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급 자동차용 윤활유는 완성차업체가 요구하는 성능 규격을 충족해야 한다.
기유 공급사를 바꾸면 첨가제와의 조합과 완제품 성능을 확인해야 하고, 적용 규격에 따라 추가 시험이 필요할 수 있다. 생산설비를 갖춘 업체라도 기존 공급사를 곧바로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다.
SK엔무브는 울산과 인도네시아 두마이, 스페인 카르타헤나의 생산거점을 활용해 미충족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페르타미나, 스페인에서는 렙솔과 합작 생산체계를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윤활기유 브랜드 '유베이스'를 전 세계 50여 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생산망과 함께 미충족 수요에 대응하는 기반은 축적된 제품 기술이다. SK엔무브는 원료 제조부터 공정·촉매, 제품 배합에 이르는 기술을 확보했다.
보유한 배합식은 500개 이상이다. 기유와 첨가제를 어떤 비율로 조합해야 필요한 성능을 낼 수 있는지 검증한 배합식을 활용해 고객사의 윤활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공급난에 따른 수익성 개선은 실적에 반영됐다. SK엔무브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919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약 267% 증가했다.
중동 경쟁사의 공급 차질에 따른 윤활기유 마진 상승과 재고 효과 등이 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생산·판매망을 활용해 주요 시장의 고객 수요에 대응한 점이 주효했다.
SK엔무브는 고급 윤활기유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을 전기차와 데이터센터용 제품 개발로 연결하고 있다. 기유의 특성을 분석하고 첨가제 배합을 조절해 원하는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이 차세대 시장 진출 기반이다.
전기차용 플루이드는 모터와 감속기 등 구동계 부품을 보호하고 냉각하는 역할을 한다. SK엔무브는 부품 간 마찰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열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서버를 액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액침냉각용 유체를 개발하고 있다. 전자부품과 직접 접촉하는 만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성과 냉각 성능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SK엔무브 관계자는 "최근 중동발 수급 불안 속에서도 국내에서 개발한 윤활기유 제품을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산 제품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알리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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