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던 중국은 옛말…K-가전 앞에 선 진짜 경쟁자[기자의눈]
IFA서 깨진 '한 수 아래' 인식…TV·스마트폰·에너지서 정면 경쟁
색감·디자인·품질, 미묘한 격차 있어…디테일 우위, 브랜드 가치로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중국 가전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여겼다. 우리 제품을 베껴 값싸게 내놓는 '추격자', 빠르게 성장하지만 아직은 격차가 있는 경쟁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6’을 돌아본 뒤에는 그렇게 볼 수 없었다. '얼마나 따라왔나'를 가늠하는 시선으로는 현장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샤오미 전시관의 전기차는 양쪽 문을 위로 활짝 열고 있었다. 전동킥보드는 인조 잔디와 돌로 포장한 길 위에 줄지어 섰다. TV와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와 개인형 이동 수단까지, 하나의 브랜드와 생태계로 소비자의 일상을 채우겠다는 의도가 선명했다.
스마트폰에서는 후면 카메라 옆 작은 화면이 발길을 붙잡았다. 후면 카메라로 자신을 촬영하면서도 작은 화면을 통해 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카메라의 사양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촬영 과정의 불편까지 살핀 아이디어였다.
중국 TV는 더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단계를 지났다. 샤오미는 크기가 다른 미니 LED TV를 벽면에 배치하고 붉은색과 푸른색이 겹친 꽃 이미지를 띄웠다. 하이센스는 대형 TV와 인공지능(AI) 화질 기술을 앞세웠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과 나란히 놓고 보더라도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전시장을 돌수록 비교의 기준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중국 업체들이 우리나라 제품을 어디까지 모방했는지를 찾는 데 열중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일부 제품에서는 아이디어와 쓰임새 모두 중국 업체가 한발 앞서 보였다. TCL·하이센스·샤오미는 이제 K-가전과 같은 소비자를 놓고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품을 직접 써보면 완성도의 차이는 여전히 드러났다. TV의 색감, 제품의 디자인과 마감, 원하는 기능을 사용하는 과정의 편의성에서는 한국 제품이 더 세심하게 다듬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양표에 적힌 기능은 비슷해도 직접 보고 만지고 작동해 보면 차이가 느껴졌다. K-가전의 강점은 그 체감 품질에 있었다.
K-가전이 지키고 더 벌려야 할 것도 바로 이 격차다. 소비자가 매일 보고 만지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편리함과 만족을 느껴야 더 높은 가격을 납득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야 제품에 대한 만족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다시 다음 구매로 이어진다.
중국 가전은 더 이상 따라오기만 하는 '추격자'가 아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먼저 길을 제시하는 경쟁자다. K-가전의 우위도 이제 과거의 명성이나 사양표가 아니라, 소비자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완성도로 증명해야 한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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