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대신 체험" LG전자 승부수 통했다…네덜란드 매장 매출 20%↑
[르포]가정집 거실처럼 꾸며…창문 열자 에어컨 멈추고 알림
체험형 공간 조성…패키지 구매 늘고 인테리어·건설업체 쇼룸 활용
- 황진중 기자
(로테르담=뉴스1) 황진중 기자 = #. 창문을 열자 에어컨이 멈췄고, TV 화면에는 작동 중단을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다용도실에 놓인 세탁기의 빨래가 끝나자 거실 조명이 깜빡거렸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방문한 네덜란드 로테르담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의 LG전자 매장의 모습이다. 가전제품이 일렬로 전시된 일반 매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실제 집 안에 인공지능(AI) 가전을 설치하면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의 실험은 성공적이다. 올 상반기에만 매출이 20% 증가했다. 제이 로머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마케팅팀 책임은 "온라인에서는 제품 사양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지만, 제품이 일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경험할 수 없다"며 "실제 생활 환경에 제품을 함께 배치해 고객이 자기 집에서 LG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LG전자 매장은 가전과 센서, 조명이 함께 작동하는 AI 홈 체험장이었다. 'LG 씽큐'(ThinQ)와 주방 상판에 놓인 검은 원형 기기 '호미 프로'(Homey Pro)를 통해 거실의 TV·에어컨과 다용도실의 세탁기가 모두 연결돼 있었다.
주방 수납장 사이에는 냉장고와 빌트인 오븐이 들어갔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위아래로 놓였고 주변 선반에는 수건과 흰 수납 상자가 정리돼 있었다. 이곳이 판매 매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가격표가 유일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28㎡였던 매장을 약 73㎡(22평)로 넓혔다. 늘어난 자리는 유럽 가정을 본뜬 생활 공간으로 채웠다. LG전자에 따르면 이곳에 입점한 10여 개 브랜드 중 집 형태로 매장을 구성한 곳은 LG전자뿐이다.
현장 안내에 나선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이 줄지어 놓인 진열 방식으로는 집에서의 쓰임새를 보여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전을 들였을 때 주변 가구와 어떻게 어울리고, AI 기능이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경험하도록 매장을 바꿨다.
실제로 주방에서는 오븐과 인덕션, 식기세척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제품 하나의 크기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전을 들인 주방의 구성을 가늠하도록 했다.
거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시연용 창문을 열자 TV 화면 아래에 알림이 떴다. 창문이 열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 가동을 멈췄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닫으니 에어컨을 켰다는 안내로 바뀌었다. 창문 센서가 감지한 변화에 에어컨이 반응하고, TV가 작동 결과를 알려줬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 채 냉방을 계속하는 상황을 줄이려는 기능이다. 창문과 에어컨, TV를 한 공간에 놓으니 기기를 연결하는 이유가 눈앞의 동작으로 설명됐다.
주방 쪽 상판에는 검은 원형 기기가 투명 상자 안에 놓여 있었다. 스마트홈 허브 '호미 프로'(Homey Pro)다. 네덜란드 기업 아톰이 개발한 스마트홈 플랫폼 '호미'(Homey)와 'LG 씽큐'(ThinQ)를 연동해 가전과 센서, 조명이 정보를 주고받도록 구성했다.
다용도실의 세탁기는 거실 조명과 연결됐다. 세탁이 끝나면 불빛이나 알림음으로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시연을 맡은 로머스 책임은 네덜란드 주택에서 세탁기를 확인하러 위층에 올라가는 일을 '등산'에 빗댔다. 세탁 상태를 확인하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설명이었다.
시연 중 TV에는 가정용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돼 건조기가 작동했다는 안내가 나타났다. LG전자는 씽큐를 통해 배터리 충전 상태나 전기요금을 고려한 시간에 세탁을 시작하는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하거나 요금이 낮은 시간에 가전을 돌리려는 기능이다.
냉장고와 에어컨이 실내 환경과 전력 공급 정보를 공유하는 활용 예시도 제시했다. 냉각 주기를 조절해 전력 사용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을 줄이려는 구상이다.
매장을 바꾼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이 매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실제 생활 환경에서 제품 배치와 작동을 확인하는 체험형 공간을 만든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주방과 다용도실을 둘러보며 자기 집에 필요한 제품을 함께 고르기 쉬워졌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여러 가전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고, 연결 기능을 체험하면서 AI 홈에 대한 고객 이해가 높아진 점이 매출 증가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22평 집처럼 꾸며진 매장은 인테리어·건설업체 등 기업 간 거래(B2B) 고객을 위한 쇼룸으로도 쓰인다. 거래처는 주방 수납장과 다용도실에 설치된 가전을 살피며 실제 사업에 적용할 제품 배치와 설치 조건을 검토할 수 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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