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선크림 '청신호'…美 FDA '금기의 차단 성분' 27년 만에 허용
美 의약품 기준 적용 받아온 BEMT, 최대 6% 사용 승인
최대 수출국 규제 완화에 업계 "선크림 시장 확대 기대"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에서 약 27년 만에 새로운 자외선 차단 성분이 허용되면서 K-뷰티 선케어 제품 개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K-뷰티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의 선크림 수요 대응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외 뷰티 브랜드들의 개발 문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 제품 적용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월 자외선 차단 성분인 베모트리지놀(BEMT)을 유효 성분 목록에 추가했다. 최대 6%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골자로, 관련 규정은 지난달 9일부터 발효됐다.
미국에서 새롭게 자외선 차단 유효성분이 추가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다. BEMT는 자외선A(UVA)와 자외선B(UVB)를 모두 차단할 수 있는 성분으로 유럽과 호주, 아시아 등에서는 수십 년간 선케어 제품에 활용돼 왔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ODM)들도 이미 해당 성분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해 온 만큼 관련 연구개발 경험과 처방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ODM 업계에 따르면 FDA의 승인 발표 이후 국내외 고객사들의 자외선차단제 관련 문의에서 약 80%가 BEMT에 집중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규제 변화가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호주 선케어 브랜드 울트라 바이올렛은 지난달 31일 BEMT 3%를 적용한 '언블록 스크린 SPF 50'을 미국에서 출시했다. BEMT를 적용해 미국 시장에 선보인 첫 제품으로,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다음 달 2일부터 미국 세포라 매장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품 안정화와 처방 개발 등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BEMT를 적용한 미국용 선크림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승인 발표 이후 글로벌 고객사들의 문의와 관심이 크게 증가했고 자외선차단제 관련 문의 중 약 80%는 BEMT와 관련돼 있다"며 "실제 제품 적용은 안정화 등 정밀한 개발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BEMT가 미국에서 사용되지 못했던 배경은 유해성 등 금지된 성분이어서가 아니다. 미국은 선크림을 일반 화장품이 아닌 일반의약품(OTC)으로 관리해 FDA가 정한 유효성분과 사용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BEMT는 이 허용 성분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되는 성분이라도 미국에서 선크림 유효성분으로 사용하려면 미국 규제에 맞는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를 갖춰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자외선 차단 성분이 잇따라 활용되는 동안 미국 시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무엇보다 K-뷰티의 미국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선케어 수출도 늘고 있지만 자외선 차단 성분 규제가 국내나 유럽과 달라 미국 판매를 위해 별도 처방을 구성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이번 규제 변화에 국내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이 K-뷰티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이다. 미국 판매용 선크림을 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었다는 점에서 시장 대응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K-뷰티 대(對)미 수출액은 14억 5000만 달러로 전체 화장품 수출액의 20.7%(1위)를 차지했다. 이중 선크림을 포함한 기초화장품의 수출액은 11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48.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BEMT는 이미 유럽과 호주, 아시아 등에서 수십 년간 사용돼 온 만큼 국내 업체들도 관련 연구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산 선크림이 제형의 다양성과 촉촉한 사용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미국용 제품 개발에도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개별 성분 하나의 허용보다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미국의 자외선 차단 성분 규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향후 추가 성분 허용이 이어질 경우 국내 업체들이 기존에 축적한 선케어 기술을 미국용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사용이 제한된 자외선 차단 성분이 많았던 만큼 신규 성분이 승인됐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승인을 계기로 추가적인 신규 성분 승인이 이어진다면 K-선크림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다양한 제품 개발 기회도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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