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11년 만에 파업 수순…통합 앞두고 '승진 서열' 충돌

노조 "서열 기준 노사 합의해야"…사측 "승진 기준은 고유 인사권"
아시아나 통합 앞두고 갈등 격화…조정 결렬 땐 파업 가능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6월 발권하는 한국 출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5월 적용됐던 33단계에서 27단계로 6단계 낮춘다.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급등했던 항공유 가격이 최근 하락하면서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해외 항공권 가격 부담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계류장에서 여객기가 이동하는 모습. 2026.5.18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020560)과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통합 이후 조종사의 승진 서열을 두고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APU)이 11년 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면서다.

대한항공 노사는 승진 기준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승진 기준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과 보수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에도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듬해인 2016년 12월 7일간 파업이 진행됐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통합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승진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다. 노조는 단체협약 제24조에 '회사는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 제도를 준수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통합 이후 승진 서열 역시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장 임명 시점이 기본급뿐 아니라 선임기장·수석기장 수당 등 장기간의 보수 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누구를 승진시키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며 "개별 인사가 아니라 서열의 '기준'을 노사가 함께 정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항공은 승진 기준과 대상자 결정은 사용자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만큼 이번 쟁의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사 조종사의 기존 경력과 자격을 고려하고 통합 과정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거쳐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기존 기장 승격 요건과 내부 상대서열도 통합 이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통합으로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진이 늦어진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통합 후 항공기 규모와 필요한 기장 인원 등을 토대로 향후 승격 시점을 분석한 결과 기존 예상보다 기장 승격이 지연되는 대한항공 조종사는 없었으며, 90% 이상은 오히려 승격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민간 경력 조종사 간 서열도 기존 기준을 유지한다. 대한항공은 군 출신과 민간 경력 조종사 간 승격 서열 차이가 평균 9개월, 아시아나항공은 평균 4년이다. 통합 이후에도 양사의 기존 내부 격차를 그대로 적용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는 아시아나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보다 평균 3년 3개월 먼저 기장 승격 대상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통합 이후 기장 승진 요건과 훈련·심사 기준도 현 대한항공 기준으로 일원화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에게 기장 승격 평가체계인 FOAM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노조 측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노조가 근거로 들고 있는 단체협약 제24조를 놓고서도 양측 해석이 엇갈린다.

대한항공은 해당 조항이 2003년 노조 내부 총회에서 부결된 뒤 회사와 별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는 입장이다. 또 2004년 임단협 당시 노조가 해당 조항 위반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장 승격 등에 관한 인사권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취지로 기각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승진 서열 이외의 임단협 쟁점에서는 노사 간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과 10시간 이상 비행 뒤 현지에서 30시간의 휴식 보장, 출두 시점부터 비행 수당 산정 등을 요구해 왔다.

대한항공은 이들 임금·휴식·수당 관련 사항은 이미 잠정합의 수준까지 의견 접근이 이뤄졌으며 현재 남은 핵심 쟁점은 사실상 조종사 승진 서열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회장 자택 인근 등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동쟁의 조정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15일이며 노사 합의로 최대 15일 연장할 수 있다. 노조는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친 만큼 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해 실제 쟁의행위가 이뤄지더라도 필수유지업무 수준의 운항은 유지해야 한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