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이익 났다고 다 나누면 곤란…투자 소홀하면 미래 못 견뎌"
[뉴스1 초대석] 60년 기업 현장 지킨 원로 경제인의 충고
"과거보다 경영 환경 낫지만 경영인 더 큰 짐 짊어져"
- 대담=서명훈 산업1부장, 박기호 기자,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산업1부장 박기호 박종홍 기자
기업이 계속 수익을 내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닐 때도 있다. 수익이 나면 그것을, 미래를 위해 투자도 하고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이익이 났다고 해서 다 나누면 더 곤란한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확산하고 있는 노조의 'N% 성과급' 요구에 대해 '미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미래까지 염두에 둬야 더 많은 이들이, 더 오랫동안 성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부터 60년 가까이 기업 현장을 지켜온 원로 경제인의 충고다.
일부 반도체 기업이 도입한 영업이익 N% 성과급 시스템이 전 산업계로 퍼지면서 한국 사회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주주들은 자신의 이익이 침해됐다면서 소송전을 예고했고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勞勞) 갈등이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커졌다. N% 성과급 논란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뉴스1은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큰 어른인 손 회장을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만나 N% 성과급 논란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손 회장은 일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계속되는 데 대해 "노사의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N% 성과급 문제가 자꾸 노사 교섭 대상으로 나오니 걱정스럽다"며 "한군데서 그런 문제가 나오니 자꾸 다른 곳까지 넓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지난 6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독일을 찾았을 때 독일 정부 관계자와 나눴던 대화 일부를 소개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 노조는 '기업이 돈을 좀 벌었다고 해서 이것을 서로 나누자'고 말하는데 독일에선 이런 사례가 있는지 물었다"며 "그쪽에서 '돈을 좀 벌었다니 축하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례가 없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N% 성과급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손 회장은 "(노조의)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는 빨리 정돈이 돼야 한다"고 했다. 손 회장은 "사업하는 곳이 한국만 있는 곳도 아니고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곳이 많다"며 "기업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도 결국 예외가 아니니 잘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기업의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손 회장은 N% 성과급 시스템이 장기화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업이 올해 돈을 벌었다고 해서 영원히 잘 버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은 미래를 위해 계속 투자해야 하고 일자리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하는 기업은 미래에 견디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손 회장은 "기업은 수익이 났다고 해서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손 회장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 지침'에 대해선 "법률이나 시행령 개정을 통한 더욱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침은 강제력이 없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이 단체교섭이 아니라는 점을 법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명확히 해 노사 갈등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노동계를 향해선 "기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해야 근로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과도한 성과급 요구보다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제계에도 "직무·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이번 지침에서 신설 공장으로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근무지·직무 등 변동), 근무 형태 변경, 근무지 이전에 따른 지원 등을 쟁의 대상으로 명시한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손 회장은 "산업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보완 입법을 통해 노동쟁의 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경영상 결정의 단체교섭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궁극적으로는 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회장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경영계 우려대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말까지 노동위원회 판단이 완료된 142개 사건 중 원청기업에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비율은 132건으로 93% 수준"이라며 "노동위원회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공정성을 잃는다면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사용자성 인정 기준의 모호성이 산업 현장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어 법 개정으로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인사·경영권 등 경영상 의사 결정 자체에 대해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쟁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는 등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선 "노란봉투법을 위시해 친(親)노동 정책을 써온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친노동 정책 자체가 기업에 많은 어려움을 던져주고 있고 이를 풀어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기업이 스스로 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 국회에 친기업으로 변화를 촉구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좀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손 회장은 "기업이 노동 문제에만 시달리면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며 우리 기업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행인 점은 과거와 같은 반기업 정서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국가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모든 것이 변화하고 혁신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새로운 산업을 못 하는 것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최소한 외국과는 비슷해야 한다"며 "이런 것을 빨리 개선해 주면 제2의 반도체 같은 업종이나 기업이 막 나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최근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한성숙 국무총리와 만나 규제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메가 특구에서만이라도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행 주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특례를 도입하고 연구 개발직이나 전문직, 스타트업 핵심 인력에 대해선 주 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임죄 개선 역시 필요한 과제로 꼽았다. 손 회장은 "배임죄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처벌 수준도 매우 엄격해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 결정과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한 데 대해 너무 가혹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손 회장은 올해 다섯 번째로 경총 회장직에 연임됐고 과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내는 등 경제계의 대표적인 원로로 통한다. 손 회장은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등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옛날에는 더 어려웠다. 그때보다 지금이 (경영 환경은) 나은 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과거보다 현재의 경영인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과거보다 지금은 변화가 더 많고 빠르다"며 "그만큼 미래를 대비해야 하고 스스로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니 과거보다 지금 경영하는 사람들이 더 큰 짐을 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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