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규제 합리화 절실…韓총리 "신속 해결 가능 규제 즉시 해소"(종합)

최태원 '규제 실험장'·손경식 '선허용 후규제'·류진 '네거티브 전환' 제안
정부 "신산업 60개 과제 네거티브 전환…메가특구 300여개 규제 특례"

한성숙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정부와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협·단체 규제합리화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6.8.28 ⓒ 뉴스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박기호 박종홍 기자 = 경제계가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합리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규제 완화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장'을 만들고, 최소한의 금지 사항을 제외한 모든 행위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규제 합리화를 단순히 규제 개수를 줄이는 방식이 아닌 산업 성장과 연결해야 한다는 경제계 제안에 공감했다. 특히 신속하게 풀 수 있는 규제는 최대한 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태원 "규제 실험장"·손경식 "선허용 후규제"…경제계 한목소리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협·단체 규제 합리화 간담회'에서 경제4단체장은 규제 합리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규제 완화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장'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새 규제의 틀로 바꿔보기 위한 새로운 실험장이 필요하다"며 "실험장을 하나만 만들 것이 아니라 2~3개 만들어 다른 각도로 실험하면 어떤 것이 좋다는 데이터를 갖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합리화 기준도 기업 규모가 아닌 산업별 성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바뀌지 않고 기업의 규모로만 규제해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성장 문제가 축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AI·로봇 등 미래 신산업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선허용 후규제' 원칙 도입을 요청했다.

손 회장은 "피지컬 AI, 로봇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최소한의 금지 사항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선허용 후규제' 원칙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해달라"고 했다.

개정 노조법과 관련해서는 "노조법 개정으로 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공장 설립 등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에도 노조가 관여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며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법률 차원에서 명확히 해달라"고 건의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규제 시스템 기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규제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규제가 성장의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며 "우리도 규제 시스템 기조 자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메가특구부터 네거티브 규제를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 회장은 "500대 기업에 물어보니 4곳 중 1곳은 지방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라며 "메가특구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력을 되찾으며 산업 전반이 지속 성장할 기반을 갖게 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출 전용 제품이 수출 대상국의 규제를 충족할 경우 국내 규제를 면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윤 회장은 "수출 기업들은 국내 규제도 받고 수출 대상국에서도 규제를 받기 때문에 양쪽 규제로 상당한 애로가 있다"며 "수출 전용 제품은 수출 대상국 규제를 충족한다면 국내 규제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영향분석 평가 기준에 '수출영향평가'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성숙 "성장을 규제 합리화 방향으로 잡는데 동의…규제 항목, 리스트 점검할 것"

한 총리는 경제계 요구에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성장을 규제 합리화의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규제를 없애는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를 없애더라도 산업 규모가 커지고 산업 성장이 왔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생이나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작은 규제가 풀리는 것도 좋겠지만 성장 관련 부분이라면 중요한 규제를 분야별로 정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규제 항목과 리스트를 점검하겠다"고 말하며 신속하게 풀 수 있는 규제는 최대한 즉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AI를 활용한 규제 점검에도 나선다. 한 총리는 "데이터를 쓰자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전체 데이터를 놓고 AI 기술을 돌려 합리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것들을 리스트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규제가 몇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지 연한도 보는 등 전반적인 점검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며 기업이나 지역의 성장을 오히려 저해하는 지원·규제 체계도 손보겠다고 했다.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 확대도 추진한다. 신산업 분야의 대표 법령을 뽑아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표 60개 과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메가특구에는 개별 법령의 특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300여개 규제 특례를 마련해 법안에 반영하고 있다.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전면적인 네거티브 방식은 입법권 침해 우려가 있어 개별 특례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노동 규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전달했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민생분과 부위원장은 "현장에서 기업인을 만나면 노란봉투법,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외국인 노동자 고용 관련 비자 정책 이야기가 꼭 나온다"며 "노란봉투법과 52시간제는 힘들다고 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고통스럽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법안이지만, 좋은 의도와 선한 방향을 갖고 했더라도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드러나는 지점이 있다면 제도적 개선, 행정적 처분과 관련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여당 내에도 의견을 전달하고 합리화시킬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