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노조, 성과급 일부 자사주로 '공감대'…비율 놓고 줄다리기

R&D·엔지니어링 핵심 직군 찬성표 던져…주식 연계 보상안 수용
생산직 노조 찬성 49.92%…25표 차 부결에도 절반 가까이 동의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SK하이닉스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SK하이닉스 노사가 마련한 '2026년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이 최종 부결됐지만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사무직 노조의 경우 찬성표가 66.2%로 반대를 앞질렀다. 전임직(생산직) 노조의 투표 결과는 '부결'로 나왔지만 표 차이가 25표에 불과했다. 전체 득표율은 찬성이 많았던 셈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 25일 오후 2026년도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66.2% 찬성으로 가결했다.

같은 날 오전 결과가 나온 전임직 노조 투표에서는 반대 7535표(50.08%), 찬성 7510표(49.92%)로 25표 차이로 부결됐다. 전체 조합원 1만 6083명 중 1만 5045명이 참여해 투표율 93.81%를 기록했다.

기술사무직에서는 찬성이 높게 나타난 반면, 전임직에서는 찬반이 사실상 양분돼 보상체계 전환에 대한 공감과 우려가 함께 확인됐다는 평가다.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6.3% 인상과 복지포인트 확대, 교대근무 수당 인상, 승진율 확대 등 처우 개선안이 포함됐다.

핵심은 PS 지급 방식 개편이다. PS의 40%를 현금,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되 자사주 지급분 중 40%는 당해 연도부터 매도 가능하고 20%는 1년 뒤·2년 뒤 각각 10%씩 이연되는 구조다.

2027년 초 지급되는 2026년도 PS는 주식 지급분을 현금으로 선택할 수 있어 최대 80%까지 현금 수령이 가능하다. 개인의 선택권을 폭넓게 열어둔 셈이다.

기술사무직은 현재 2만여 명으로 생산직 인력 규모를 넘어섰다. 신입·경력 채용 추이를 감안하면 향후 인원과 조직 내 비중, 역할의 중요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기술사무직 노조의 조합원 수가 전임직 대비 많지 않지만, 연구개발(R&D)·설계·기술 스태프 등 핵심 직무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이 이번 변경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집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전임직 부결 역시 25표 차의 초박빙 대결의 결과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절반가량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변경의 취지와 구성원 실익에 대해 직군을 막론하고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해석 된다.

결과의 차이를 '직군 간 대립'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내 게시판과 SNS에서는 현금 대비 구조가 복잡한 주식 기반 보상에 대해 이연·매도 시점·세제 등 세부 내용의 이해도에 편차가 컸던 것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천 노동조합 선거를 앞둔 시점과 맞물려 온라인을 중심으로 찬반 프레임 위주의 논쟁이 과열되면서, 제도의 세부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단 한번 부결시켜 보자는 막연한 정서가 일부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생산직 노조 내부에서는 잠정 합의안을 기술사무직만 먼저 확정 짓게 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변경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신설 통합노조는 이번 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내부에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통합노조는 현재 교섭권이 없으며, 2026년 이후 조합원 명단 확인 절차 등을 거쳐야 교섭 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잠정 합의안에는 주가 변동성에 대한 보정이 이미 상당 수준 반영돼 있고, 기술사무직에서 가결이 이뤄진 만큼 사측이 추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앞서 2023년과 2024년에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사측과 노조가 재협상을 거쳐 최종 합의가 나왔다. 전례가 있는 만큼 전임직 노조는 이번에도 설명과 소통을 보강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성과와 구성원 보상을 장기적으로 연동하는 방향에 대해 핵심 기술 인력이 먼저 신뢰를 보냈다는 점에서 이번 가결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제도 취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체적인 후속 일정은 노사 간 협의에 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