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터빈 주문 29년까지 '풀'…두산에너빌, 수주 목표 초과 달성하나

상반기 수주 7.1조 전년 대비 89.6%↑…연간 목표 53.6% 달성
6월 말 수주 잔고 26.4조…하반기 오만 미스파 추가 확보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가스터빈 최종조립을 위해 로터 블레이드를 케이싱에 설치하고 있다.(두산에너빌리티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올 상반기에만 7조 원 넘게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 13조 3000억 원 조기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반기 신규 수주가 90% 가까이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북미를 중심으로 가스터빈 주문이 늘면서 2029년까지 인도할 물량이 이미 마감됐다.

상반기에 확보한 테라파워 SMR 기자재 계약에 이어 하반기에는 오만 미스파 가스복합발전소를 추가로 수주했다. 체코 원전 시공과 추가 SMR 계약도 추진하고 있어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美 가스터빈·중동 복합화력이 수주 90% 성장 견인

2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외 자회사·에너빌리티 부문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7조 122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9.6% 증가했다. 연간 목표 13조 3000억 원의 절반 이상을 6개월 만에 확보했다.

분기별 수주는 1분기 2조 7857억 원에서 2분기 4조 3368억 원으로 55.7% 증가했다. 미국 기업과 체결한 대형 가스터빈 7기 공급계약과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2단계 공사, 오만 두큼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공사가 수주 확대를 이끌었다.

사업별로는 가스·수소가 3조 1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복합화력 설계·조달·시공(EPC) 1조 9000억 원을 더하면 5조 원으로 전체의 70.2%를 차지한다. 원자력과 기타 사업은 각각 3000억 원, 1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남부발전과는 고양 창릉·하동 가스터빈 3기에 대한 장기 부품조달계약(LTPM)을 체결했다. 발전설비 공급 이후 유지보수까지 맡으며 장기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혔다. 하반기 들어서는 지난 21일 9300억 원 규모의 오만 미스파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공사를 추가로 수주했다.

에너빌리티 부문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23조 원 수준에서 올해 6월 말 26조 3509억 원으로 증가했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8조 9859억 원, 영업이익은 547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0%, 32.4% 늘었다.

2029년 물량 마감…2030~2032년 공급 계약 협상

상반기 수주를 견인한 가스터빈은 2030년 이후 물량까지 공급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전력 수요가 급증한 반면 주요 가스터빈 제작사의 공급 여력은 제한돼 있어서다.

블룸버그NEF는 AI 칩 판매량을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2023~2033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용량이 최대 325GW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중 미국에서 발생하는 증가분은 207GW로 전체의 약 64%에 해당한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연간 생산능력은 6~8기다. 2029년 인도 예정 물량은 이미 수주가 마감돼 발주처들과 2030~2032년 공급 물량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생산능력을 2028년 12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성 향상분을 반영하면 실질 생산능력은 연간 12기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자체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의 미국 공급 실적과 장기서비스계약을 기반으로 추가 수주와 유지보수 매출을 함께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북미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수요와 가스터빈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공급 병목현상 발생으로 향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신규 수주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두산그룹 제공)/뉴스1
체코 원전 시공·추가 SMR 계약 기대…수주 본격화

가스터빈이 단기 수주 확대를 이끌고 있다면 하반기에는 대형 원전과 SMR이 주인공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전 시공과 추가 SMR 기자재 계약,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추진하는 대형 원전 프로젝트 등에서 신규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와 엔트라1의 전력구매계약(PPA)이 체결되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뉴스케일파워의 SMR 주기기 계약이 연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원전 건설 금융지원은 제작에 장기간이 필요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의 선발주를 촉진할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4일 테라파워와 원자로 보호용기, 원자로 지지구조물, 원자로 내부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 3종의 제작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공개했다. 영국 롤스로이스 SMR의 핵심 기자재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돼 원자로 등 주요 기자재의 제작성 검토를 수행할 예정이다.

제작성 검토는 어떤 물건이나 문서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미리 따져보는 과정이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방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단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간 20모듈 규모 SMR 제작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베트남 닌투언 2 원전과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 원전 사업은 중장기 수주 후보로 거론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가 가스터빈 수주와 체코 원전 주기기 공사금액 증가 등을 감안하면 수주 계획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