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데"…휴가 막바지 K-조선, 하투 전운에 '조업 차질' 우려

영업익 N% 성과급 평행선…하청 노조 요구 '설상가상'
조업 차질 우려…"납기 지연, 미래 투자 위축 가능성"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8월 29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자료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9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조선업계의 하계 휴가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하투(夏鬪) 전운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하반기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다 올해는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두고 노사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슈퍼사이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캐파(CAPA·생산시설)를 최대한 가동해 온 조선업계는 여름 휴가에 이은 하투 현실화로 3분기 조업 차질이 확대될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HD현대重 노조, 쟁의조정 신청 예정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 쟁의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노사는 올해 14차례 교섭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쟁의조정 신청이란 노사의 의견 불일치로 교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중노위에 중재를 구하는 절차다. 중노위가 행정지도가 아닌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쟁의권(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사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재원 활용 등을 안건으로 협상에 돌입했으나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 삼성전자로부터 촉발된 영업이익 성과급 배분 이슈를 두고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HD현대중공업(329180)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 375억 원에 달한다. 노조 요구를 수용하면 회사는 6000억 원가량을 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해야 한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 4조 321억 원으로 계산하면 재원 규모는 1조 2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조선업계는 HD현대중공업 노사 협의의 향방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노사 모두 업계 1위 영향력을 보유한 만큼 조선업계 전체 노사 관계 기준과 교섭 흐름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카드를 꺼내든 이후 업계에선 다른 노조 역시 비슷한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이후 HD현대삼호 노조는 지난 7월 초 사측과 단체교섭에 돌입하면서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한화오션(042660) 노조 역시 성과급 산정 기준 전면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 확대가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여기에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노조 입김 역시 거세지면서 조선사들은 확대된 노무 리스크를 체감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생산직)와 웰리브지회(급식·통근버스)는 현재 원청인 한화오션에 교섭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중노위는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이들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한화오션은 웰리브지회에 대해선 판단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년 치 일감 쌓고도 파업 시 '조업 중단'

조선업계는 많은 일감이 쌓인 중요한 시기에 하투로 인해 실적 개선 모멘텀을 잃게 될지 걱정하고 있다. 여름휴가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전통적인 비수기에 해당하는 3분기에 파업까지 겹치면 건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년 이상 일감을 쌓은 조선업계는 캐파(CAPA·생산시설)를 최대치로 가동해 왔다. 6월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 수주 잔고는 1454억 달러(205조 원)에 이른다. 1분기 기준 3사 가동률은 HD한국조선해양(선박 부문) 103.9%, 한화오션 99.5%, 삼성중공업 99.7%에 달한다.

파업으로 인해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선주사에 배상금을 물어야 하고, 신뢰도 저하로 향후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조선사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나 자율운항, 친환경 선박 등 투자해야 할 분야가 산적한 상황에서 과도한 성과급 지급은 조선사들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며 "일손이 모자란 시기에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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