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은 K-조선 텃밭"은 옛말…中 추격에 입지 '흔들'

中, 저리 선박금융·낮은 인건비·캐파 증설 등으로 수주 격차 좁혀
"韓 수주량 추월했다" 분석도…"DC·자율운항 등 미래산업 총력"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운반선(HD현대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올해 상반기 한국과 중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국내 조선소의 캐파(CAPA·생산설비) 포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中, 저리 선박금융·낮은 인건비·캐파 증설로 격차 좁혀

11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19척을 수주했다. 전체 발주 물량(55척)의 34.5%로, 최근 3년간 평균 중국 점유율(25.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은 36척(65.5%)을 확보했다.

LNG 운반선은 극저온 액화 저장과 재기화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 텃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추격에 속도를 냈다. 낮은 인건비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가 저리의 선박금융을 제공해 선주 부담을 낮췄다.

설비 증설도 병행했다. 국영 조선사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산하 후동중화는 지난해 180억 위안(3조 79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LNG 운반선 건조 능력을 6척에서 10척으로 늘렸다.

일각에선 중국 LNG 운반선 수주 물량이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선박 중개업체 반체로 코스타에 따르면 올해 7월 초까지 중국은 LNG 운반선 34척을 확보했고, 한국은 32척에 그쳤다.

랄프 레슈친스키 반체로 코스타 리서치 총괄은 한국 조선소의 캐파 부족을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토지 확보가 제한적인 데다 원유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 컨테이너선 주문이 폭주하고 있어 LNG운반선 수주를 더 늘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모습(삼성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사들의 캐파 확대는 유조선(탱커) 등 범용 선종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범용선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를 중심으로 거점을 넓혀 왔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HD현대베트남조선·HD현대에코비나·HD현대필리핀 등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중공업(010140)은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 등에 탱커 건조를 맡기는 방식으로 협력해 왔다.

반면 LNG 운반선을 건조할 국내 설비를 무작정 늘리기는 어렵다. 조선업이 대표적 사이클 산업인 만큼 불황기에 감당해야 할 고정비 부담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다.

중장기적으로 고부가 LNG 운반선 시장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중국이 건조 실적을 빠르게 쌓으며 상당한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자율운항 선박, 스마트 조선소 등 미래 먹거리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과거에 비해 LNG 운반선 기술력과 건조 경험을 빠르게 쌓고 기술 격차를 꾸준히 좁혀온 게 사실"이라며 "LNG 운반선 외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096pag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