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허브 잇는 간선차주 1909명 산안법 보호…안전책임은 운송사

집화·허브·배송터미널 잇는 '중간 운송' 첫 제도권 편입
고용부 "계약 운송사가 교육·안전조치 의무"…실질 관리권한 과제

수도권 일부 지역에 내려진 폭염중대경보가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된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서 한 택배 기사가 배달을 하고 있다. 2026.8.5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소비자가 택배를 수령하기 전까지 상품은 여러 물류터미널을 거친다. 판매처에서 수거된 상품은 집화터미널에서 권역별로 분류된 뒤 허브터미널로 모이고, 다시 배송지역별 터미널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대형 화물차로 터미널과 터미널 사이를 잇는 사람이 택배 지·간선기사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상 택배기사 보호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배송기사에게 집중됐다. 정부가 보호 범위를 물류센터 간 운송까지 넓히면서 전국의 택배 지·간선기사 1909명도 법정 안전보건교육과 작업별 안전조치를 적용받게 된다.

택배사가 운송사와 계약하고 운송사가 다시 간선차주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는 다단계 구조에서는 택배 본사가 아닌 운송사가 법적 의무를 진다. 전국 물류망과 터미널을 운영하는 택배 본사와 산안법상 안전관리 책임자가 분리되는 만큼 운송협력사의 교육·관리 역량이 제도 안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집 앞 배송 전 단계…물류센터 사이 잇는 1909명 적용 확대

10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보호받는 화물차주의 범위에 택배 지·간선 운송과 유통배송 업무 종사자가 추가된다.

현행 산안법은 택배사업자로부터 물품의 집화·배송 업무를 위탁받은 택배기사를 보호한다. 상품을 들고 소비자의 집이나 사업장을 방문하는 배송기사는 보호 대상이지만, 같은 택배망 안에서 물류센터 사이를 오가는 간선차주는 포함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택배사업자 또는 화물운송사업자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일반·특수용도형 화물차로 물류센터 사이에서 화물을 운송하는 차주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정부는 2025년 말 산재보험 자료를 기준으로 새로 보호 대상에 들어오는 택배 지·간선기사를 1909명, 이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장을 70곳으로 추산했다.

택배 간선운송은 소비자에게 약속한 배송기한을 맞추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터미널 사이에서 대량의 상품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 운전뿐 아니라 터미널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거나 적재 상태와 고정 장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화물운송종사자의 산업재해 실태와 보호방안'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화물운송종사자 재해 185건을 분석했다. 택배 간선기사만을 집계한 수치는 아니지만 화물차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성을 짚었다.

재해가 발생한 작업은 차량 내 적재가 46.5%로 가장 많았고 작업 후 정리·정돈 25.9%, 교통사고 21.6% 순이었다. 사고 원인은 추락이 36.8%, 교통사고가 21.1%를 차지했으며 사망사고 원인의 77.8%는 교통사고였다. 전체 재해자의 79.4%가 50세 이상이었고 경력 6개월 미만 종사자가 55.7%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적절한 휴게시간과 추가 작업에 대한 안전관리, 신규 종사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간선차주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자는 차주가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 2시간 이상의 안전보건교육을 해야 한다. 유해·위험 작업에 투입돼 특별교육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6시간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계약한 운송사에 법적 의무…'실질 권한' 간극은 과제

교육과 안전조치를 이행할 주체는 차주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노무를 받는 사업자다. 택배사가 운송사와 계약하고 운송사가 다시 간선차주와 계약했다면 운송사가 산안법상 '노무를 제공받는 자'가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뉴스1 질의에 "간선차주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고 노무를 수령받는 운송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를 제공받는 자가 된다"며 "산안법상 안전보건교육 또는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운송사에 부과된다"고 밝혔다.

택배 본사가 운송사를 거쳐 간선차량을 운영하는 경우 법정교육 실시와 이수 관리, 상·하차 작업계획 수립, 보호구와 승강설비 제공 등의 의무는 운송사가 맡는다는 의미다. 택배사가 차주와 직접 노무제공계약을 맺으면 택배사가 노무수령인이 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운송사는 소속 간선차주 가운데 적용 대상을 파악하고 교육 과정과 이수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상·하차와 적재물 고정 등 차주가 수행하는 작업을 점검하고 작업별로 필요한 장비와 안전조치를 마련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정부도 사업장마다 차주의 수와 업무량, 기존에 시행하던 안전조치가 달라 추가 비용을 일률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고용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사업장별 현황을 개별적으로 파악할 수 없어 안전·보건조치 의무 이행 비용을 계량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법적 책임자와 현장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주체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계약상 노무수령인인 운송사가 물류터미널의 시설과 작업 방식까지 직접 관리하지 않는 경우에는 승강설비 설치나 상·하차 작업 지휘 같은 의무를 독자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노무수령인을 운송회사로 한정할 경우 운송회사가 작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할 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해 화물차주 보호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운송과 차량점검은 화물차주의 재량 아래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상·하차 작업은 해당 사업장의 관리자가 총괄하고 시설과 장비도 작업장 관리자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화주와 운송회사에 안전관리 책임과 권한을 나누고, 작업 장소를 지배·관리하며 안전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에게도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이번 개정안은 보호 대상과 작업별 안전조치를 확대하면서도 운송사를 거치는 계약에서는 차주와 직접 계약한 운송사에 산안법상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택했다. 법 시행 이후 운송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터미널 내 안전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지가 현장 적용 과정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복수의 운송사와 계약한 차주는 전속성 인정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산안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택배 지·간선기사를 대부분 하나의 운송사와 계약하는 전속성이 높은 직종으로 판단했다. 소수의 차주가 여러 운송사와 계약한 경우에는 소득과 노동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된 노무제공 관계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심야·장시간 운전에 따른 휴식은 국토교통부 소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으로 별도 관리된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운송사업자가 휴게시간 없이 2시간 연속 운전한 운수종사자에게 15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운수종사자에게도 같은 기준에 따라 휴게시간을 갖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고용부는 오는 18일까지 시행령과 안전보건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운송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고정·용차 형태의 간선운송을 운영하고 있어 운송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작업지시 권한이 없다"며 "향후 달라지는 법령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