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호르무즈 개방에 '터널 끝' …다시 구조 개편의 시간
미국·이란 전쟁 종식으로 석화 재편 속도 불가피
대산은 진행 '착착'…'답보' 여수·울산도 논의 가속화 전망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종전으로 한동안 동력이 떨어졌던 석유화학업계 구조 개편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전망이다. 한동안 에틸렌 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구조 개편 논의가 후순위로 밀렸다. 하지만 호르무즈 개방으로 수급 정상화와 함께 구조 개편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대산·여수·울산) 중 1호인 대산에선 올해 9월 내 합병 완료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호인 여수의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롯데케미칼의 통합법인 작업은 중동 정세 여파로 논의가 조금 지연된 모양새다. 울산의 구조 개편 논의는 업체 간의 이해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업계 전체의 구조 개편이 속도를 낼 경우 연내에는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미국·이란 전쟁 초반 에틸렌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정부나 업계 모두 구조 개편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며 "(종전으로)이제는 판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석화 업계 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공급망 위기에서 벗어나자 산업 재편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와 석화업계는 지난해 8월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감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율적인 구조조정 안을 만들면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다. 개편안의 핵심은 통폐합이다. NCC 설비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설비 일부를 폐쇄해 에틸렌 등 NCC의 생산능력(CAPA)을 줄이는 게 골자다.
석화 업계 구조 개편 1호인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통합법인 출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이 단지 내 자산을 떼어서 만든 신설 법인 롯데대산석화가 이달 공식 출범했다. 롯데대산석화는 오는 9월쯤 HD현대케미칼과 통합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여수에선 여천NCC를 중심으로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정부에 합의안과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여천NCC 2~3공장을 폐쇄하며 1공장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의 통합법인을 세우는 방안이다. 다만 여수산단 구조 개편은 중동 전쟁 여파로 조금 지연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의 실사 작업도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여수산단 내 또 다른 유력 구조 개편 대상으로 꼽히는 LG화학과 GS칼텍스의 합작법인 설립 논의는 글로벌 대주주의 이해관계 조율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에선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두면 100% 지분 확보가 필요한데 만약 통합 법인이 출범하면 GS가 100% 지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도 주요 난항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법 적용 유예를 통해)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풀어야 할 것이 많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LG화학과 GS칼텍스는 현재 물밑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연내에는 구조 개편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제는 울산이다. 당초 울산은 에틸렌 생산 능력이 다른 지역보다 적고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의 업체만 있어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업체 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이 9조 원 이상을 투자한 초대형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 상업 가동이 다가오면서 구조 개편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를 감축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고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울산에서도 석화 구조 개편에 동참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논의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울산에서도 물밑에서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며 "계획안 제출은 안 됐지만 어떤 노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재편은 기업에서 결정하는 것이지만 (울산 지역 석화기업들도) 압박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연내에는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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