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적자인데 세액공제 못 받아"…직접환급·제3자 양도 촉구

캐즘·中 공세…"세액공제 실효성 높여 투자 여력 확보해야"
점유율 34%→15% 급락…"국가 전략산업 전방위 지원 절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생산촉진세제 국회 토론회'에서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 전무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5.12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세액공제 직접환급 또는 제3자 양도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세액공제는 흑자 기업만 혜택을 받기 때문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산업 특성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세제개편을 통해 기업의 투자 여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373220) 전무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생산촉진세제 국회 토론회'에서 "현재와 같이 법인세를 납부하는 흑자 기업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는 적자 상태인 배터리 기업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직접 환급제 또는 제3자 양도 허용을 통해 흑자기업뿐 아니라 적자기업도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직접 환급제가 주요국에서 이미 적극 활용 중인 제도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운영하며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환급해 주고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 등도 투자세액공제 환급 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의 생산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김 전무는 "미국 IRA처럼 생산량과 생산금액에 연동된 실효성 있는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적자기업 중에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 등 정교한 설계를 통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빛마로 조세제정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미국은 IRA를 통해 첨단 제조업에 세액공제와 직접환급 제도를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도 2024년 '전략 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해 반도체·전기차·그린스틸·그린케미칼 등 전략 산업에 세액공제를 시행 중"이라며 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같은 제도 도입이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시장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합산 점유율은 2020년 34.7%에서 2025년 15.3%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 중국의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31.3%에서 55.6%까지 늘었다.

업계는 배터리 산업이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로봇과 자율주행, 드론 등 미래 산업 전반이 전동화·무선화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배터리 경쟁력이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산업 파급 효과도 크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셀 제조사뿐 아니라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밸류체인이 구축돼 있어 전후방 산업 동반 성장 효과가 크다. 실제 배터리 양극재 수출액은 2021년 43억 달러에서 2023년 127억 달러로 급증했다.

청주·울산·포항·새만금 등 비수도권 중심으로 생산 거점이 형성돼 지역경제와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산업 종사자는 2013년 6만 1657명에서 2022년 11만 362명으로 증가했으며, 2030년에는 80만명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에서도 직접 환급제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국회계학회장 김기영 명지대 교수는 "국내생산촉진세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접 환급제가 결합돼야 한다"며 "100% 환급, 20년 이월공제, 투자세액공제 중복 지원 허용, 최저한세 적용 제외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이준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기차·바이오·방산 등 전략산업에서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라며 "제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산업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