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15% 제도화' 수용 못하는 3가지 이유

삼성전자 노사, 이틀 연속 성과급 협상에도 '평행선'
사측 '유연한 보상' vs 노조 '영업익 15% 제도화'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제1조정회의실에서 열린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5.12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세종=뉴스1) 박기호 황진중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12일 성과급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후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유연한 보상 제도화'를 제시했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고정 제도화'를 고수하면서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조의 '영업이익 15% 고정화' 요구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수십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고정해 놓으면 투자 결정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산업계 전반의 보상 요구 확산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광범위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사후 조정 이틀째…노조 '영업이익 15% 성과급 제도화' 요구 고수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정부 세종청사에 있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 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측은 현행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와 특별보상을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영 실적에 따라 지급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에 방점을 찍은 제도로 회사 사정이 어려울 경우에는 기존 OPI 제도에서 지급하고, 현재와 같이 성과가 있을 때는 별도의 성과급을 추가 지급하는 형태다.

또한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경쟁사보다 동등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는 체계라 실제 지급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일정 기준에 따라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하되, 경영 환경과 실적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노조는 비공개로 진행 중인 협상에서 '영업이익 15% 고정 성과 인센티브 지급 제도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후 조정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삼성전자 안팎에서 나온다.

사측은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 중인 '영업이익 15% 성과 지급 제도화'는 사실상 성과급을 고정비에 준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사측은 막대한 고정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도화할 경우 업황이 둔화했을 때 미래 투자 여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줄 정도의 고정비 부담은 적자 전환 시기나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자본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 산업계 전반 '보상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재계도 '촉각'

사측은 이번 협상에서 영업익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제도화하면 산업계 전반으로 '보상 인플레이션'이 번질 것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산정 방식은 국내 산업계 전반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가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측은 노조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15% 지급이 확정될 경우 다른 대기업과 IT업계에도 동일한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최근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 10%,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 등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이 영향력이 큰 기업에서 성과급 고정 비율 모델이 정착되면, 동일한 요구가 시장 전반에 확산할 수 있다. 이는 경영환경, 재무 여력, 업의 특성이 다른 기업들까지 이를 따라가야 하는 압력이 생겨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게 상승할 수도 있다. 결국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 위축·고용 불안 등의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측은 노동시장 측면에서의 파급효과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고정 비율 기반의 높은 성과급 체계를 구축할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중견 기업과의 보상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해지는 셈이다.

이는 대기업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을 심화하고 협력사는 인력난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