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그룹 시총, 자산 첫 추월…5년 새 자산 1100조↑ 시총 3500조↑

시총 1881조서 5403조로 급증…IT·플랫폼서 중후장대로 이동
두산그룹, 공정자산 대비 시총 4.4배 최고…신세계 최저

50대 그룹 공정자산 대비 시가총액 변화(단위 배, 억 원).(리더스인덱스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코스피가 7800선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5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보유 공정자산을 추월했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가 자산 증가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5년 전만 해도 IT·플랫폼 중심이던 고평가 구조가 최근에는 조선·중공업 등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 기반의 그룹으로 이동하며 K-제조업이 재평가받는 모양새다.

공정자산 1100조 늘 때 시가총액 3500조 증가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50대 대기업집단(그룹)의 공정자산과 시가총액의 5년 변화를 분석한 결과 총 공정자산은 2021년 2161조 4164억 원에서 2026년 3264조 784억 원으로 51.0% 증가했다.

공정가치는 시장에서 거래 의사가 있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합의해 자산을 사고팔 때 형성되는 객관적인 시장 가격이다. 현재 시점에 시장에 내다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토지나 건물 등의 제값을 뜻한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881조 1575억 원에서 5403조 2961억 원으로 187.2%가 늘며 약 3배 수준으로 커졌다. 이에 따라 공정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2021년 0.87배에서 지난해 0.58배까지 낮아졌으나 올해 1.66배로 급등하며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공정자산총액을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현재 주식 1주의 가격에 발행된 전체 주식 수를 곱해서 계산한 기업의 총가치다. 현재 주가로 해당 회사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전체 금액이자, 주식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 가치를 의미한다.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5대 그룹의 자산 집중도는 낮아졌으나 시가총액 집중도는 75%로 높아졌다. 공장이나 건물 등 실제 재산 비중이 전체 시장에서 줄었지만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보는 몸값은 전체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50대 그룹의 계열사는 1917개에서 2127개로 210개 늘었고, 그중 상장사는 240개에서 270개로 증가했다. 다만 전체 50대 그룹 가운데 시가총액이 자산총액보다 큰 그룹은 18곳에 그쳤다.

상장사가 없는 부영그룹과 한국지엠을 제외하면 나머지 그룹들은 여전히 자산 규모가 시가총액을 웃돌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마다 5월 1일 기업집단 순위를 발표한다. 리더스인덱스는 이 내용을 반영해 시가총액을 5월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공정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두산이었다. 두산그룹은 2021년 22개 계열사 공정자산 총액 29조 6593억 원, 시가총액 16조 5252억 원으로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0.56배에 불과했다.

올해 23개 계열사 자산총액은 30조 9090억 원으로 4.2% 증가에 그친 반면 그룹 시가총액은 135조 5961억 원으로 720.5% 급증하며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4.39배까지 높아졌다.

두 번째로 높은 그룹은 SK그룹이었다. SK그룹은 2021년 공정자산 239조 5296억 원, 시가총액 201조 4098억 원으로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0.84배였다.

그러나 올해 자산총액은 421조 9790억 원으로 76.2% 늘어나고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 주가 급등 영향으로 1404조 2740억 원까지 증가하며 비율이 3.33배로 확대됐다. 이 기간 계열사는 3개 늘었지만 상장사 수는 변동이 없었다.

세 번째는 삼성그룹으로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1.64배에서 3.07배로 변화했다. 삼성은 2021년 59개 계열사의 공정자산이 457조 3053억 원, 16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749조 3361억 원이었다.

올해는 계열사가 67개로 늘고 자산총액도 695조 7850억 원으로 52.1% 증가했다. 시가총액이 2136조 8708억 원으로 185.2% 급증하며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효성그룹 역시 같은 기간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0.77배에서 2.30배로 높아졌다. 자산총액은 13조 2815억 원에서 22조 5200억 원으로 69.6% 증가했지만 시가총액은 10조 2453억 원에서 51조 7410억 원으로 405% 급증한 결과다.

효성 계열사는 50개에서 71개로 21개 증가했지만 상장사는 10개에서 11개로 1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HD현대그룹은 조선업 호황과 상장 계열사 확대 효과로 자산 대비 시총이 0.34배에서 2.23배로 상승했다. 이 기간 HD현대 계열사는 33개에서 29개로 4개 줄었지만 그룹 자산은 63조 8034억 원에서 89조 1800억 원으로 39.8% 증가했고, 시총은 21조 9941억 원에서 199조 1323억 원으로 805.4% 폭증했다.

공정자산 대비 시가총액 상위 20개 그룹(단위 배, 백만원, 2021년 5월 3일과 2026년 5월 6일 기준).(리더스인덱스 제공)/뉴스1
프리미엄 높던 IT·플랫폼 그룹 시가총액 비율 하락

과거 시장 프리미엄이 높았던 IT·플랫폼 그룹들은 자산 증가에도 시가총액 비율이 오히려 하락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사례는 쿠팡이었다. 쿠팡은 2021년 대기업집단 편입 당시 자산총액이 5조 7750억 원, 시가총액은 80조 2072억 원으로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13.89배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자산 총액이 27조 1974억 원으로 371.0% 증가했음에도 시가총액은 47조 8206억 원으로 40.4% 감소하며 비율이 1.76배로 낮아졌다. 다만 그룹 순위는 같은 기간 60위에서 22위로 38계단 상승했다.

네이버 역시 자산총액은 13조 5842억 원에서 29조 1510억 원으로 114.6% 증가했지만 시가총액은 59조 6276억 원에서 32조 6253억 원으로 45.3% 감소하면서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4.39배에서 1.12배로 축소됐다.

카카오와 셀트리온도 자산 증가로 인해 그룹 순위는 각각 18위에서 16위, 24위에서 19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감소 영향으로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카카오가 2.78배에서 1.23배, 셀트리온이 3.72배에서 1.56배로 낮아졌다.

자산총액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신세계였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자산이 46조 4090억 원에서 74조 5820억 원으로 60.7% 증가하며 그룹 순위는 1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10조 3201억 원에서 8조 32억 원으로 22.5% 감소하며 자산 대비 시총이 0.11배에 불과했다.

공정자산 기준 재계 순위 변화…한화, 롯데 제쳐

공정자산 총액 기준 재계 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올해 한화가 롯데를 제치고 처음으로 5대 그룹에 오르며 2021년 7위에서 두 계단 상승했다. HD현대도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10대 그룹 중 롯데는 5위에서 6위, 포스코는 6위에서 7위, GS는 8위에서 10위로 각각 순위가 하락했다.

10대 그룹 바깥에서는 쿠팡(60위→22위)이 38계단 뛰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어 HMM그룹(48위→17위)이 31계단, 중흥건설그룹(47위→21위) 26계단, 장금상선그룹(58위→32위)이 26계단 상승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도 41위에서 31위로 10계단 올랐다.

반대로 교보생명그룹은 26위에서 42위로 16계단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부영그룹은 17위에서 30위로 13계단, 넷마블은 36위에서 45위로 9계단 떨어졌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