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3주 후 '항공유 쇼크' 우려…韓에선 "가격 폭등이 더 큰 문제"

국제 유가 고공행진…중동 사태로 원가 상승 압박 심화
국내 수급 최우선 방어…"진정한 위기, 물량 아닌 가격"

항공기들이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원태성 기자

현재 항공유의 국내 공급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으로 항공유 가격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3주 내 재개되지 않으면 항공유 부족에 따른 항공대란 우려가 제기되지만 국내 항공업계에 대한 공급은 다소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높아진 국제 유가에 따라 항공유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수급 자체보다 가격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인 우리나라 역시 항공유 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정유사 공장 가동률 90%대…비축유 방출 없이 단기 대응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사들은 현재 공장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유지하며 항공유를 공급 중이다. 또한 국내 수급을 우선 고려해 수출 물량도 축소했다.

정유업계에선 국내 항공사에 대한 항공유 공급은 일단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 차원에서 비축유 방출 등 긴급 대응에 나설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할 만큼 항공유 공급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현재 확보된 물량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보유한 재고까지 더해져 4~5월은 비축유 방출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며 한때 수급 불안이 커졌지만 대체 물량 확보와 수요 관리로 단기적인 항공유 공급 위기는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 이전에 도입된 원유는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후에 추가로 들여온 원유가 정제돼 나가고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7척이 대기 중인 호르무즈해협 현황.(국제해사기구(IMO), 해양수산부, 마린트래픽 자료)/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항공유, 최고가 없이 국제 시세와 연동…급등 우려

문제는 항공유 가격이다. 항공유는 국제 시세에 연동돼 거래되는 품목이다. 최고가격제 제한 등 가격 통제 장치나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국제 유가 등이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된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상승한 국제 유가는 높아진 가격으로 한 달 이상 거래되고 있다. 두바이유는 이란 사태 발발 전인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71.81달러에서 이달 10일 100.75달러로 40.3% 증가했다. 지난달 9일 100달러를 돌파한 후 13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 100~120달러를 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유 가격은 기본적으로 국제 시세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형성된다. 이미 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다"면서 "사태 초기 공급망 차질 우려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항공유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면서 "사태가 갑자기 더 악화해 국제 유가가 오르면 항공유 (가격) 역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항공유 공급 문제보다는 가격 폭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원유 대체 수급처를 찾기 전에 중동 사태가 악화할 시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원유 공급망 불안정은 항공유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로 돌리는 등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원유 자체의 반입이 줄어들면 이 같은 임시방편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가격이 문제지만 향후 이란 사태 악화로 원유 수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