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상쇄·국제 유가 부담…미국·이란 협상 결렬에 정유사 '울상'
전쟁 장기화 우려↑…정유 업계 수익성 악화 불가피
최고 가격제·수출 제한 조치, 정제마진 효과 상쇄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첫 종전 협상이 핵 문제 입장 차이로 결렬되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석유 제품의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 간 괴리가 커지면서 정유 업계의 손실 규모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도 커지자 올해 2분기부터는 정유 업계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협상 결렬로 미 해군은 이날 오후 11시부터 이란의 모든 항구에 대해 봉쇄에 들어간다.
국제 유가는 급등세다. 12일 오후 6시 20분 현재(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8% 급등한 배럴당 104.4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7% 이상 급등한 배럴당 102.5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휴전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외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면서다.
국제 유가 상승, 원유 수급난 지속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유 업계는 빨간불이 켜졌다. 원재료 가격이 나날이 뛰면서 비용 부담이 급증하자 추후 정유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 업계는 정제마진 효과를 누린다.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현재까지 정제마진만 놓고 보면 역대급 호황 시기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 가격제를 도입함으로써 정유 업계는 정제마진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9일 정부는 국내 석유 제품 3차 최고 가격을 2차 수준으로 유지했다. 정유사 공급가격은 리터(L)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수준이 1주일 넘게 유지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가격 통제가 아니었다면 유류세를 포함한 실제 시장 가격은 L당 3000원을 웃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 유가와 주유소 판매 가격과의 괴리는 정유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정유 업계의 손실 보전에 나섰으나 얼마나 보상이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위기다. 정유사가 직접 피해 규모를 입증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에 정유사만 이익을 취한다는 시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유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만을 바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이 뚫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2주 휴전에도 중동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기는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 상태에서 협상이 결렬됐으니 비상사태가 지속될 뿐"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중동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정유 업계의 가시밭길은 계속될 전망이다. 종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정상화되면 정제마진이 안정되고 재고 효과마저 사라진다.
국내 정유 업계는 원유를 전량 수입해 정제 후 수출하는 구조로 수익의 대다수가 해외 판매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전쟁 상황에서 비싸게 산 원유 때문에 원가 상승으로 정유 업계의 이익이 감소해 결국 실적은 타격을 받게 된다.
정부가 정유 업계의 수출 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제한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난해 4대 정유사의 매출액 중 정유사업 수출 비중은 △GS칼텍스 71% △HD현대오일뱅크 67% △에쓰오일 54% △SK에너지 51% 등이다.
정유 업계가 정제마진 효과 등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끝나면 해당 분기 손익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3월에 많이 벌었어도 이를 상쇄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동 사태에 따른 피해기업 지원에 26조 8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 지원 예산 4조 2000억 원 등이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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