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미가입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경찰 수사 의뢰

노조 가입 사이트 '사번 중복 확인' 기능 악용…미가입자 색출
전형적인 '블랙리스트' 범죄…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법적 책임

삼성 13개 계열사 연합 노조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30 ⓒ 뉴스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 내에서 일부 직원이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식별하고 일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이를 중대한 법 위반으로 규정,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사내 공지사항을 통해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십 명의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가입 여부 등이 기재된 명단 자료가 전달된 사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일부 직원들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악용, 특정 임직원이 노조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부서명, 성명, 사번 등이 표기된 노조 미가입자 명단을 유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 가입 여부는 개인의 신념과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민감한 정보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를 수집하거나 명단화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엄격히 금지돼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냈다.

업계에선 "업무와 무관한 목적으로 임직원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공유한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내 일각에선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의 중심에는 노조가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지난 3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최 위원장은 "추후 노사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환 배치나 해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최 위원장이 명단 관리, 인사상 불이익을 언급한 상황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미가입자를 색출하는 행위는 위원장의 지침을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안이 전형적인 '블랙리스트'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노조 가입 여부나 쟁의행위 참여는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특정인을 식별해 명단을 만드는 행위는 불참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실질적인 불이익을 예고하는 행위로 사실상 파업 참여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작성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물론, 형법상 업무방해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등의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도 있다.

업계에선 고용노동부가 노사 관계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전체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대 300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45조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총파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말 교섭을 중단한 노조는 이달 23일 결의대회를 열고, 협상 부결 시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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