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개방' 원유 1400배럴 들어오나…정유·석화 '안도'

국내 유조선 7척 호르무즈해협 갇혀…원유·나프타 수급 '숨통'
'포스트 2주' 불확실성 여전… 통행세 등 세부 조건도 '깜깜'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들어가면서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해협에 묶여 있던 약 1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와 나프타가 유입될 경우 단기 수급 불안이 완화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공급 정상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휴전이 2주에 한정된 데다 구체적인 통항 조건이 공개되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는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과 시 원유·나프타 수급 '숨통'

정유업계가 이번 휴전 소식에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막대한 물량의 즉각적인 반입 가능성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해협 내에는 국내 정유사 관련 유조선 총 7척이 대기 중이며 선적된 원유 물량은 약 1400만 배럴에 달한다.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이 약 20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체가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 당장 들어올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협 통과가 가능해지면 이미 선적해 놓은 원유가 있어 당장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가동을 중단한 시설이 일부 있지만 선적 물량은 확보된 상태라 통과만 이뤄지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 또한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급 환경 개선이 기대된다. 나프타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도입 의존도가 54%에 달할 만큼 중동 비중이 절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호르무즈해협 내 국내 석화사 관련 납사 물량과 관련해 "트레이더 물량이 많아 내일 정도 정확한 수치가 파악될 것"이라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에 억류된 물량이 약 50만톤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트레이더를 통해 비중동 지역 물량을 확보하는 등 고군분투해왔으나 치열한 확보 경쟁과 불안정한 공급 탓에 가동률 저하를 우려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비중동 물량은 안정성이 떨어지는 데다 비용 부담도 컸다"며 "해협 통과가 실현되면 중동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수급 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행세 등 불확실성 여전

다만 희망적인 전망 속에서도 '2주 한정'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공개되지 않은 세부 조건은 여전히 큰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공격 중단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내걸었지만 이 과정에서 통행세 징수나 검문 절차 등 실질적인 운항 지침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변수"라며 "현재 트럼프가 2주간 휴전 합의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조건들이 공개된 것은 없다. 통행세를 어떻게 한다든지 하는 부분들이 공개돼야 구체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외교 경로를 통해 호르무즈 운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유조선의 신속하고 안전한 통항을 위해 범부처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현지 내 일부 원유 시설 가동 중단에 따른 여파도 주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선적된 물량은 당장 확보할 수 있겠지만, 일부 시설 가동을 중단했던 곳들이 있어 기존 계약 물량을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