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감염병 극복 사업 '착착'…이건희 회장 1조 원 의료 기부금 결실

이건희 회장 "인류 건강·삶의 질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및 소아암·희귀질환 지원 사업 투입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산으로 시작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사업을 통해 소아암·희귀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만 1만 명에 달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2024.10.21 ⓒ 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고(故) 이건희(KH) 삼성 선대회장 유족들의 1조 원의 의료 기부금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국립중앙의료원과 함께 26일부터 27일까지 제2회 이건희 감염병 극복 연구역량 강화 사업 국제심포지엄(LISID)과 제4회 감염병연구기관 국제심포지엄(IDRIC)을 개최한다. LISID는 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부로 추진 중인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의 하나로 IDRIC는 감염병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국제 공조 및 허브 역할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행사에서 "이건희 회장 유족의 뜻깊은 기부가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공공적 투자로서 충실히 구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의료 기부금 1조 원…감염병 연구 개발·인프라 구축 등에 활용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지난 2021년 의료 공헌에 1조 원을 기부했다. 유족들은 평소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한 이건희 회장의 뜻을 기려 의료 기부를 결정했다.

1조 원의 의료 기부금은 감염병 및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기여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확충 및 치료제 개발 연구에 2000억 원,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5000억 원,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지원에 3000억 원을 기부했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확충 및 치료제 개발 연구에 활용되는 2000억 원으로 국립감염병연구소와 국립중앙의료원은 팬데믹 대응을 위한 임상 연구 인프라 구축, 팬데믹 시나리오에 따른 필수의료 등 총 10개의 감염병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규로 과제를 지속 발굴해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은 연구 성과 공유를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이건희 감염병극복 연구역량 강화사업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부금 중 5000억 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이 병원은 150병상 규모로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를 갖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 2030년 내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지원…누적 수혜자 2만 8000여명

기부금 3000억 원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돈이 없어 고귀한 생명을 잃는 어린이가 있어선 안 된다는 고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소아암·희귀질환 관련 총 86개의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년 말 기준 누적 수혜자는 약 2만 8000여명에 달한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앓던 유나(8) 양은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부작용으로 골수이식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기부금을 통해 서울대병원이 자체 생산한 카티(CAR-T,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로 치료를 받았고 현재 암세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치료를 진행한 강형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소아암은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연구비 지원이 잘 안된다"라며 "기부금이 정말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명하율(15) 군도 초등학생 때 진단받은 듀센근이영양증으로 평범한 동작조차 스스로 하기 어려워질 수 있었지만 희귀질환 극복사업을 통해 임상연구가 진행된 웨어러블 로봇의 도움을 받고 있다.

세계를 홀린 KH 컬렉션…K-컬처 품격 높였다

이건희 회장의 유산은 국제 무대에서 K-컬처의 품격도 높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중 2만 3000여점을 국립박물관 등에 기증했는데 현재 일부 작품이 미국에서 전시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지난 2월 1일까지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진행한 이건희 컬렉션(KH 컬렉션) 전시에만 6만 1000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기존 스미스소니언에서 열렸던 유사한 규모의 전시회 관람 인원 대비 2배 이상이다.

삼성은 지난 1월 29일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해외 첫 전시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는 갈라 디너 행사를 열기도 했다. 갈라 디너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포함한 미국의 정·관계 인사, 글로벌 기업 경영진, 문화계 인사 등 총 250여명이 참석했다.

KH 컬렉션 글로벌 순회 전시는 미국 시카고미술관(2026년 3월~7월),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 (2026년 9월~2027년 1월)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계에선 KH 컬렉션 해외 순회전을 통해 시대와 공간, 국경과 인종을 넘어 한국 문화 예술을 함께 향유해 K-컬처의 품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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