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석2조' SK하이닉스 美 증시 입성…15조 조달+기업가치 재평가
美 ADR 상장 추진…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강화 '포석'
캐파 확대 '천문학적 비용'…위상 걸맞은 시장 평가 기대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한다. 신주 발행 방식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 최첨단 메모리 생산 능력을 확대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으로 최대 15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압도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25일 "미국 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절차의 일환으로 전날(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당사의 미국 주식예탁증서에 관한 상장 공모 관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confidential submission)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6에서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발행하는 증권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최대 기업인 대만의 TSMC나 반도체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 등이 ADR 방식으로 상장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상장 공모의 규모, 방식, 일정 등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최종 상장 여부는 SEC의 등록신청서 검토, 시장 상황, 수요예측 및 기타 제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규모는 10조~15조 원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으로 HBM을 비롯한 최첨단 메모리 생산 능력을 확대해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AI 시대의 필수재인 HBM을 둘러싼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HBM 시장 규모가 2년 뒤에는 작년(50조 원 규모)의 세 배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누가 더 많이 생산하는지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HBM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사가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문제는 캐파 확대 비용이 상상 이상이라는 데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9년 발표했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당초 2028년까지 128조 원의 비용을 예상했지만 작년에는 5배가량 늘어난 600조 원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미국 등에서의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7조 2063억 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HBM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기 위해선 대규모 추가 투자 및 캐파 확대가 절실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생산 능력 향상을 위해 30조 1730억 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ASML코리아와 약 11조 9496억 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스캐너 기계장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금 조달 방안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ADR 상장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시장에서 나온다. TSMC, ASML의 ADR 상장은 기업 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강자이지만 현재 시장의 평가는 경쟁 상대인 마이크론보다도 낮다. 대표적인 기업가치 평가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7%인데 마이크론에 21%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ADR 발행을 통해 글로벌 주주들로부터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건·장다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에 대해 "현시점의 사업 전망을 적시적으로 반영한 가치 평가가 이뤄져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신주 발행으로 인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 우려도 제기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주 환원을 이유로 12조 2400만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는데 신주 발행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기업의 밸류업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SK하이닉스는 이날 경기 이천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는데 곽노정 사장이 ADR 상장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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