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합병·9조 투자 이어 'LNG선 건조 선언'…K-조선 "기회이자 위기"
日 정부, 7년 만에 LNG선 건조 타진…1위 이마바리 낙점
보랭재·엔진 등 수출 가능…또 다른 경쟁자 등장 '제2의 中 될라'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조선업계의 이목이 일본을 향하고 있다. 1·2위 조선사가 합병하며 몸집을 키운 데 이어 K-조선 텃밭으로 분류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능력 확대를 꾀하면서다.
일본이 7년 만에 LNG 운반선 건조를 추진하는 만큼 국내는 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중국에 이어 또 다른 추격자를 맞이하게 되는 만큼 일부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민간과 함께 LNG 운반선 건조를 추진한다. 미쓰시비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이 각각 1척씩 인도한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경제안보 강화 정책의 하나로 19일부터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다.
일본의 LNG 운반선 재개 배경에는 중일 대립이 있다는 게 현지 시각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중국이 LNG 운반선 인도를 제한할 경우 에너지 수입 경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 1위 조선업체 이마바리조선이 규슈의 또 다른 업체인 오시마조선소의 일부 거점을 활용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오시마조선소는 벌크선에 특화한 조선소로 평가된다.
일본의 조선업 재건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마바리조선은 지난해부터 자국 내 2위 업체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와의 합병을 추진, 올해 1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중국 CSSC, 한국 HD현대 등과 경쟁할 세계 4위 조선사로 덩치를 키웠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자국의 선박 건조량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운 바 있다. 향후 10년간 민관 합산 1조 엔(약 9조 3700억 원)을 투입해 2028년부터 자동화 설비를 가동하고 2034년에는 증설한 독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계는 일본의 LNG 운반선 건조 재개가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자리를 잡는 데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일본은 현재로서 수주 잔고가 단 한 척도 없는 상황이다.
일본 조선업계가 현재 대세가 된 멤브레인형 LNG 화물창 대신 모스형 화물창의 강자였던 점도 이런 기대에 힘을 싣는다. 멤브레인형은 선체 형상에 맞춰 제작할 수 있어 공간 효율성이 좋지만 충격에 취약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사는 멤브레인형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모스형은 안정적인 운송이 가능하지만 둥근 구체 모양의 탱크라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 중국과 달리 원자잿값이나 인건비가 높아 일본의 가격 경쟁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일본 업계가 국내 업체로부터 필요한 부품을 수급하려 할 경우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LNG 운반선 시장에서 글로벌 선주들의 선택을 받아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며 "국내 업체로 보랭재를 발주하면 수요가 확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외 수급 상황에 따라 엔진 등의 발주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처럼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기게 되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과거 수십년간 조선업을 선도한 국가였고 형태는 달라도 LNG 운반선 건조 경험이 상당한 점 역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국내 업계는 일본 정부의 조선업 재건 의지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업계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온 만큼 일본 조선업계의 재건 역시 정부의 추진력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다. 중국수출입은행(CEXIM)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1조 위안(약 216조 원)이 넘는 선박 금융을 지원하며 1만 척 이상의 선박 수출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선박 금융으로 선주들의 투자금 부담을 최소화해 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면서 중국 조선업계가 성장할 수 있었다"며 "조선업을 재건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강한 의지가 긴 기간 유지된다면 마냥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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