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가 휘발유 109원·경유 218원 내렸는데 주유소 기름값 왜 이래?
30년만에 최고가격제 시행…공급가 하락에도 주유소 반영 '미미'
"올릴 때는 하루 만에 80원 껑충"… 소비자들 '시차' 핑계에 냉소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정부가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지만 주유소 기름값은 인하 폭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휘발유 109원, 경유 218원 내렸지만 주유소 가격은 각각 15원과 21원 하락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유·주유 업계는 주유소 판매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에 운송비와 카드 수수료, 임대료 등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기존에 들여온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에 '시차'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올릴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883.79원, 경유는 1897.89원을 기록했다. 전날 대비 각각 14.99원, 21.08원 하락했다.
앞서 정부는 13일 0시부터 정유사의 공급가격 최고액을 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지정했다.
이는 제도 시행 직전 정유사들이 제출한 평균 공급가와 비교하면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무려 218원이 저렴해진 금액이다.
이처럼 공급가 하락이 소비자 가격으로 즉각 연결되지 않는 배경에는 주유소의 독특한 원가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공급가격(세금 포함)'에 운송비, 카드수수료, 임대료, 인건비와 소정의 마진이 더해져 결정된다.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유통비용 비중은 전체 가격의 4~6% 안팎으로 추정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실제 3월 첫 주 평균 공급가와 둘째 주 소비자 판매가의 차이(휘발유 약 136원, 경유 약 116원)를 이번 최고가격에 단순 적용해 계산해 보면 적정 판매가는 휘발유 1860원, 경유 1829원 수준이 된다.
그러나 현재 전국 평균가는 이보다 수십 원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 아직 서울 내 주유소들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900원~2000원대다.
주유소업계는 '재고 시차'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대다수 주유소는 보통 3~7일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해 두는데 현재 판매 중인 기름은 최고가격제 시행 전 비싼 값에 떼온 재고라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량이 적은 곳은 1~2일, 많은 곳도 일주일 내에는 소진되므로 본격적인 체감은 다음 주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에 대해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유가가 오를 때는 국제 정세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가격표를 갈아치우던 주유소들이 내릴 때만 유독 물리적 시차와 재고 부담을 운운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초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은 하루 만에 리터당 80원씩 치솟으며 '빛의 속도'로 인상분을 반영한 바 있다. 당시에는 재고 소진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즉각 가격을 올렸던 주유소들이 공급가가 내린 지금에 와서야 일주일간의 재고 소진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 씨(41)는 "지난주 기름값이 자고 일어나면 오를 때는 재고가 남았는데 왜 바로 올리냐고 물어도 묵묵부답이더니 이제 와서 비싸게 떼온 재고 타령을 하는 게 황당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유소들이 손해는 안 보려고 하고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꼼수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박 모 씨(38) 또한 "정부가 30년 만에 최고가격제까지 도입했다는데 동네 주유소들은 여전히 1900원대에 육박한다"며 "오를 땐 하루 만에 올리고 내릴 땐 일주일씩 걸리는 이 비대칭적인 구조를 정부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사후 관리 강화에 나섰다. 산업부는 공급가 대비 판매가 상승 폭이 과도하게 높은 주유소를 대외에 공표하고 인하 지연이 반복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담합이나 매점매석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범부처 세무조사 및 전방위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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