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소방로봇 '심장'에 SK온 배터리…로봇, K-배터리 진가 확인
SK온 파우치형 하이니켈 NCM 탑재…고출력·고밀도, 소방로봇 낙점
로봇 배터리 연평균 12.5% 성장…아틀라스에 LG엔솔·삼성SDI 공급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소방청과 함께 개발한 무인 소방 로봇에 SK온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렴한 중국 배터리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세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둔화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유망 사업인 로봇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 차량 'HR-셰르파'에 파우치형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HR-셰르파는 지난해 4월 군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방산용 차량인데, 최근 소방 분야로 확장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5일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 HR-셰르파 기반 무인 소방 로봇 4대를 공식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향후 100대까지 현장 투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무인 소방 로봇에는 SK온의 파우치형 하이니켈 NCM 배터리가 군용 HR-셰르파와 동일하게 탑재된다. 특수 무인 차량에서 배터리는 단순히 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임무 수행에 영향을 주기에 차량 성능을 가르는 핵심 부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소방 로봇은 500~800도에 이르는 고온을 견디면서도 '골든 타임' 안에 화점과 구조 대상자를 빠르게 탐지해야 해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뛰어난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K온은 업계에서 고출력과 고에너지밀도를 자랑하는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갖춰 이번 무인 소방 로봇 공급사로 낙점됐다. 실제로 SK온은 배터리 업계 최초로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인 'NCM 8'과 90% 이상으로 높인 'NCM 9' 배터리를 개발한 바 있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높아지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폼팩터로는 가볍고 설계 유연성이 높은 파우치형을 채택, 소방 로봇의 경량화에 기여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무인 소방 로봇이 아무리 똑똑해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난 현장 등에서 운용이 불가능해 로봇의 '심장'인 배터리의 고출력·고밀도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국 배터리 기업이 장악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저렴하긴 하지만, 이러한 고출력·고밀도 요건을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봇 시장이 성장할수록 SK온을 비롯해 NCM 배터리 기술력을 자랑하는 K-배터리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잇는 미래 신사업으로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로봇에 탑재되는 배터리 절대 수요 자체는 전기차에 비해 많지 않지만, 관련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앤드 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 배터리 시장은 2025년 25억 8000만 달러(약 3조 7000억 원)에서 연평균 12.5% 성장해 2030년 46억 7000만 달러(약 6조 8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기대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을 계기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양산 계획을 제시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전기구동형인 신형 아틀라스는 이전 세대와 달리 상용화를 목적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HMGMA)에 아틀라스를 시범 도입한 현대차그룹은 2028년에는 부품 분류, 2030년부터는 조립 공정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아틀라스는 아직 테스트 단계로 양산용 아틀라스에 들어갈 배터리 공급사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중국 배터리 기업 1곳 등 최소 3개 기업이 테스트용 아틀라스에 들어가는 원통형 NCM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시장의 성장 외에도 북미 지역의 전기차 둔화 역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로봇용 배터리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다. 지난해 9월을 끝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전면 폐기하자 현지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 현지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속도 조절에 돌입했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기존 전기차 공급 계약을 취소하거나 현지 완성 차 기업과의 배터리 합작 생산 관계를 청산하는 등 악화 일로를 겪고 있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당장 큰 수요를 창출하거나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미래 유망 사업인 것은 분명하다"며 "전기차 상황만 바라볼 수 없으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과 캐나다 내 공장 일부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대신 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처럼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로봇용 배터리 개발과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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