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으로 산업스파이 근절 가능?…업계선 "적용 대상 명확해야"
적용 대상 '이에 준하는 단체'로 해외 기업 처벌 의문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 투자하는데…방지 '시급'
- 박기호 기자,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남해인 기자 = 국가 기밀을 적국뿐 아니라 외국 등으로 유출하는 행위를 엄단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간첩법 개정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산업계에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법만으로는 산업스파이 근절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법 적용 대상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의견이 제기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간첩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간첩죄 적용 대상을 현행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했고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 누설, 전달, 중개하거나 그 행위를 방조한 자도 처벌하게 했다. 형량은 적국 대상 간첩죄에 대해선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외국 등을 위한 간첩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적용 대상을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면서 외국기업으로 기술을 유출하는 산업스파이 역시 간첩죄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준하는 단체'로는 외국 민간 기업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기술을 상당수 보유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산업기술보호법으로는 산업스파이 근절을 할 수 없어 형법 개정안에 기대감은 갖고 있다"면서도 "'이에 준하는 단체'라는 문구는 모호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벌 대상을 조금 더 구체화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한 산업계 관계자 역시 "외국 민간 기업이 '이에 준하는 단체' 범위로 해석될지 의문"이라며 "실제 형사 절차에선 외국 민간 기업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안보법 등을 새로 제정해 산업스파이, 중요 기술, 적용 대상 기업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처벌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별 기술이 국가 기밀에 포함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이에 준하는 단체'는 해석상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어떤 유형의 단체인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에 준하는 단체'가 외국의 위장 조직일 경우에 한해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정익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외국 민간 기업은 ('이에 준하는 단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국 기업이 형식은 민간 기업이지만 사실상 외국 산하의 위장조직에 불과하다면 처벌 가능성은 있겠다"고 말했다.
업계의 이 같은 반응은 산업스파이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지난해 적발한 우리 기업의 해외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총 33건이었는데 반도체가 5건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 4건, 이차전지 3건, 조선 2건 등이었다.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대부분이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로 연구해 지난 1일 발표한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 개선 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우리나라의 해외 유출 산업기술은 총 110건, 피해액은 23조 2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이 33건(30%)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38%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20%), 전기전자(8%) 순이었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대항전이 격화하고 우리 기업들 역시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명확한 법적 장치를 통해 기술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요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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