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인재' 사냥 머스크도 가세…삼성·SK 긴장, 소부장 울상

빅테크 'K-엔지니어' 핀셋 영입 러시…삼성·SK 인센티브 경쟁 가열
소부장 "대기업 쏠림에 해외 유출까지"…생태계 붕괴 막아야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한국 반도체 인재를 향해 공개 구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인재 쟁탈전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까지 반도체 자립과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채용에 나서자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1·2위 메모리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역시 핵심 인재 유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기업보다 인력 기반이 취약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기술과 설비를 넘어 '사람'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 X 갈무리.
일론 머스크의 태극기 구인…빅테크 'K-엔지니어' 핀셋 영입 러시

19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근 개인 X(옛 트위터) 계정에 16개의 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테슬라코리아의 AI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공유했다. 그는 해당 공고문에서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테슬라에 합류하라"고 직접 언급하며 한국 인재 영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될 자체 AI 칩 개발을 가속하기 위해 한국 인재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설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스템 아키텍처 등 전방위 분야에서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단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AI 가속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구글,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고액 연봉과 막대한 주식 보상을 내걸고 실리콘밸리행 티켓을 제안하고 있다. AI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고성능 AI 반도체 기술을 자체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K-엔지니어' 핀셋 영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의 두 기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 뉴스1
삼성·SK, '슈퍼 사이클'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인센티브 경쟁 가열

K-반도체의 두 기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발 '슈퍼 사이클'에도 인재 유출 방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시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비교하면 국내 대기업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재 수성을 위해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며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 보상 체계를 손질하며 인재 붙잡기에 나섰다. 삼성전자 역시 성과 중심 보상 강화와 연구 환경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인센티브로 유혹하는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두 회사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보상 체계를 유지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 연봉 수준보다 연구 자율성과 프로젝트 규모, 글로벌 협업 기회 등이 인재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며 "양사가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매력적인 연구 환경을 제시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세미콘 코리아 2026 원익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제품 문의, 채용상담 등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비디아, 인텔 등 국내외 약 550개 반도체 기업이 참여했으며 부스는 2409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26.2.11 ⓒ 뉴스1 안은나 기자
소부장 업계 "대기업 쏠림에 해외 유출까지"…생태계 붕괴 막을 대안 절실

진짜 문제는 국내 소부장 업계다. 원래도 고착화된 대기업 인력 쏠림 현상에 더해, 이제는 외국계 장비사들까지 가세하며 인력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11일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도쿄일렉트론(TEL), ASM 등 글로벌 장비사 부스에는 10분 단위 연장근로 수당 지급 등 구체적인 복지 혜택을 확인하려는 예비 엔지니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면 국내 중견·중소 소부장 기업들은 "행사장 뒷골목에서 인재를 구걸해야 하는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산업통상부의 반도체 인력 통계 자료에 따르면 소부장 기업 1~3년 차 엔지니어의 이직률은 대기업보다 2배 이상 높다. 어렵게 키워낸 숙련 인력도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허리가 위태로운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소부장 인력 기반이 약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비·소재 기술 축적이 흔들리면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역시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단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산학 연계 강화, 장기 재직 인센티브 확대, 연구 인프라 공동 활용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느끼는 인력난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허리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기업에만 인재가 몰리면 생태계가 유지될 수는 없는 만큼 우수 인재가 소부장 기업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기업은 물론 정부도 실질적인 유인 및 안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