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AI 거품론' 사망선고…'피지컬 AI' 무한 가능성 증명
[CES 2026]로봇·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서 제품·서비스 선보여
AI, 산업현장·가정에서 '행동·실행 주체' 시대로
- 원태성 기자
(라스베이거스=뉴스1) 원태성 기자 =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는 'AI 거품론'을 잠재우는 무대의 연속이었다. 단순히 텍스트 생성이나 콘텐츠 자동화에 그쳤던 인공지능(AI) 기술이 현실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행동·작동하는 '피지컬 AI'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시장 곳곳에서는 AI가 물리적 장치와 결합해 로봇, 제조,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직접 들어오는 모습이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의사결정과 행동 수행까지 맡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뉴스1은 정구민 국민대 전장공학부 교수와 함께 CES 2026이 개막한 6일(현지시간)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정교수는 올해로 17년째 매년 CES를 현장을 찾고 있다.
CES 2026 무대에서 로봇 분야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특히 로봇 기술은 AI가 거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확인해 주는 대표 분야로 부상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이번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전시를 주도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과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된 LVCC 노스 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곳도 중국 기업이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양산 용량을 염두에 둔 G1·H2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고, 딥 로보틱스, 지위안 로보틱스, 두봇 등도 산업·서비스용 로봇을 현실적인 도입 시나리오 중심으로 선보였다. 스타트업인 샤르파는 탁구하는 로봇뿐 아니라 인간의 손을 구현한 샤르파웨이브, X-오리진은 가정용 로봇 욘보를, 중국의 애지봇은 링시 시리즈 등을 공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현장을 방문한 30대 독일인 레온 씨는 "작년에 봤을 때보다도 로봇의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며 "중국 로봇의 성장이 놀랍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쇼케이스를 넘어 비용·버전·배포 가능성까지 고려된 상용 로봇 생태계의 성장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로봇 기술은 산업·제조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될 날이 곧 다가올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의 갈봇(GALBOT)은 물류 창고에서 상자를 들어 올려 이동·적재하는 AI 로봇, 편의점에서 주문받고 물건을 판매하는 AI 응용 로봇 스토어 등을 선보이며 완전 무인점포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장에서 만난 갈봇 관계자는 "편의점, 물류 창고 등을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것이 우리의 방향성"이라며 "북미 판매가 목표"라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로봇 분야에서의 약진은 중국 기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현대차 그룹의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으로 AI를 내장한 '아틀라스' 휴머노이드를 선보였다. 미국 업체들은 특정 응용 분야(고객 서비스·시니어 케어 등)에 맞춘 특화형 로봇으로 인간과의 상호작용 측면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LG전자는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하며 가정용 로봇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독일의 '저먼 바이오닉(German Bionic)'이 공개한 인체 보조용 외골격 로봇 '엑시아(Exia)'는 세계 최초로 '증강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AI와 센서 기반으로 인간의 물리적 움직임을 보조·강화했다. 이는 물류·리테일·헬스케어 등 실제 노동 환경에서 적용될 수 있는 피지컬 AI 사례로 꼽힌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AI는 개념 시연을 넘어 실제 양산과 운영을 전제로 한 기술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CES에서는 특히 완성차 기업과 반도체·플랫폼 기업들이 자율주행을 넘어 차량을 AI 기반 이동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알파마요'를 공개하며, 도시 주행 환경에서의 예측·판단 능력을 강화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적용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단순 주행 보조를 넘어 보행자·차량 흐름·도로 변수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다.
AI 시대를 이끄는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임에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알파마요를 통해 보다 진화한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샤오미, 화웨이 계열 모빌리티 파트너사들은 차량 내 AI 콕핏, 주행 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을 전시하며 자동차를 'AI 디바이스'로 확장하는 전략을 강조했다. 유럽 기업 중에서는 보쉬(Bosch)가 레벨2+~레벨3 자율주행을 겨냥한 AI 센서 융합 플랫폼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로봇과 자율주행을 결합한 전시 구성을 통해 모빌리티의 확장성을 부각했다. 전시장에는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플랫폼이 함께 배치되며, 차량이 이동 수단을 넘어 물류·서비스·로봇 연계 허브로 진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헬스케어·재활·돌봄 분야에서는 AI 기술은 단순한 콘셉트를 넘어 실제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주목받았다. 전시관 곳곳에서는 건강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거나 재활 과정을 지원하는 AI 기기와 설루션이 등장했다. 이러한 설루션은 AI가 병원 환경을 넘어 일상적인 생활 영역에서도 헬스케어 역할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CES 2026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흐름은 AI가 말·예측에서 벗어나 행동·실행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생성형 AI 열풍이 콘텐츠 생성과 연구 영역을 중심으로 논의됐다면 올해는 'AI가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실용성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피지컬 AI'를 전략적 성장 축으로 규정하고 로봇·자율주행·제조 자동화 등을 현실 제품·서비스로 선보인 데서도 이런 흐름이 읽힌다.
CES 2026은 AI가 더 이상 상상이나 미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AI, 비즈니스 가치로 이어지는 AI를 보여주고 있다. 로봇이 공장과 가정에 들어오고, 제조·모빌리티·헬스케어가 AI와 결합해 현실 문제를 해결, 사회적·산업적 기능을 수행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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