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대체 항공사 선정 내년으로…자카르타 '4파전'

국토부 주관 항공사 PT 일주일 경과…공정위, 최종결과 받지 못해
적격사 선정에 당국도 고심 거듭…내년 1월 발표, 상반기 취항 예정

인도네시아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자카르타 도심의 모습(자료사진). 2021.08.0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에 따라 독과점 우려가 있는 국제선 6개 노선에 대한 대체 항공사 선정이 해를 넘기게 됐다. 괌 노선의 경우 입찰 항공사가 없는 반면 자카르타 노선은 4개 항공사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당국이 옥석을 가리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자카르타 노선을 포함,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이관 대상 6개 국제선에 대한 대체 항공사 발표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당국은 내년 상반기 취항을 목표로 이달 중순 심사를 마무리한 뒤 연내 대체 항공사 선정 결과를 발표했어야 하지만,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국토부는 지난 23일 노선 입찰 항공사들을 불러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항공사들이 내세운 강점을 국토부가 검토한 뒤 공정위에 선정 결과를 전달하면, 이를 공정위가 발표하는 방식이다. 프레젠테이션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공정위는 아직 선정 결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노선 배분 작업 시 프레젠테이션 당일이나 다음 날 선정 결과가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항공업계는 당국이 자카르타 노선을 두고 막판까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입찰 항공사들의 적격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이관되는 국제선은 △인천~시애틀 △인천~호놀룰루 △인천~괌 △부산~괌 등 미국 4개 노선과 △인천~ 런던 등 영국 1개 노선 △인천~자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1개 노선이다. 이중 자카르타 노선에만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4개 항공사가 입찰했다. 괌 2개 노선이 모두 유찰됐고 나머지 노선에는 각각 1개 항공사가 입찰한 것과 대비된다.

당초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각각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 위주로 취항을 확대하고 있어 이번 자카르타 노선에 입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항공업계 예상을 깨고 입찰전에 뛰어들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항공사가 노선 배분 입찰에 참여한 건 2022년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배분 이후 3년만"이라며 "프레젠테이션 분위기 역시 매우 치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계류장 및 활주로에 놓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자료사진). 2024.12.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제주 '통합사 견제'·이스타 '신규기 도입' 피력…티웨이·에어프레미아 '대형기' 승부수

항공사들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각 사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국내 3위 항공사인 점을 들었다. 내년 말 국내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사가 출범하면 이를 견제할 만한 크기의 항공사가 시급한데, 군소사보다는 3위의 덩치를 키워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애경그룹 차원의 지원 덕분에 창립 이후 지난 20년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매각 이슈가 없었던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차세대 항공기인 B737-8을 신조기로 5대 도입, 운영 기재를 20대로 대폭 늘려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한 점과 오는 2027년 대형기인 B787을 처음 들여와 공급 좌석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아직 인도네시아 정기편은 없지만,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마나도에 부정기편으로 취항해 상대국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항공는 대형기로 보다 많은 여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점을 소구했다. 양사는 LCC 최초로 각각 유럽과 미주 노선을 운항하며 B777-300ER·A330(티웨이항공), B787-9(에어프레미아) 등 300석 안팎의 대형기를 갖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자카르타 노선에 B777-300ER·B787-9(대한항공) A330(아시아나항공) 등 대형기를 띄우고 있는 만큼 대형기 투입이 가능한 항공사가 대체사로 선정되면 공급 좌석 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항공사들이 이처럼 치열한 입찰전을 벌인 건 그만큼 자카르타 노선이 '알짜'로 꼽혀서다. 실제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는 여행객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양국 관광 당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8만 2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21만 6000여명으로 15.4% 증가했다.

이 중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수도이자 국가 최대 도시다. 현재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도 자카르타에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출장 등 상용 여객 수요가 꾸준히 있는 노선"이라며 "운수권이 없으면 정기편을 띄울 수 없는 비자유화 노선이기도 해 이번에 이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