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에 1.1조 투자 '승부수'…마스가·방산 드라이브 포석

HD&E 신설, 조선·해양·에너지 투자 전문화

한화그룹 본사 전경.(한화 제공)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한화그룹이 최근 미국 내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1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법인을 신설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해외 투자 확대를 넘어 최근 미국이 추진 중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 방위산업 시장까지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美 투자 허브 재편…현지 수요 적극 공략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화는 한화디펜스앤에너지(HD&E)를 신설해 조선과 해양, 에너지 분야 투자를 전담하도록 했다.

HD&E의 자본금 규모는 총 1조 1400억원으로 한화오션(5020억 원)과 한화시스템(4279억 원), 한화솔루션(2853억 원) 등이 출자했다. 이들 회사가 미국 법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다시 미국 법인이 HD&E에 투자하는 구조다.

앞서 2023년에 설립한 한화퓨처프루프(HFP)는 방위산업과 신사업 투자를 맡도록 했다. HFP의 지배구조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이 각각 50%를 소유했지만 이번에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지분 37.5%를 HD&E가 인수했다.

태양광과 케미칼 부분 실적 부진으로 한화솔루션의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는 걸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마스가 '주도권' 확보…美 방산·에너지 시장 공략

한화는 미국 내 투자 플랫폼을 통해 에너지 전환, 조선·해양, 방산을 아우르는 복합 사업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지난해 확보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미국 내 조선과 해양 분야에서 현지 수요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한화는 50억 달러(약 7조원)를 미국에 투자해 해군 함정, 해양플랜트,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다양한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 및 해양뿐 아니라 방산과 에너지 부문을 아우르는 통합 투자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보유했던 HFP 지분을 정리한 대신 조선·방산을 맡은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새롭게 투자 주체로 나섰다. 조선에 이어 미국 방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투자 사업군에서 마스가, 미국 MSC 스마트팩토리, 미국 차세대 자주포 사업 등 조선·방산에 더 집중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미국 내 사업 환경, 정책 변화, 해운·방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이번 구조 개편이 향후 수년간 한화그룹의 해외 매출과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