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TPU, 엔비디아 독점에 균열…K-반도체 새 기회 열린다

제미나이 3.0 호평…AI 연산 특화 TPU로 가성비 '압도'
TPU-GPU 상호보완, 메모리 수요 확대…삼성 파운드리 기회도

구글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구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구글이 자체 설계한 텐서처리장치(TPU)를 기반으로 개발된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 3.0이 호평받으면서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던 AI 칩 시장에 변혁이 예상된다. TPU로 대표되는 맞춤형 반도체(ASIC) 공급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연산 특화 TPU…GPU 대비 비용 80% 절감

2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7세대 TPU '아이언우드' 기반으로 개발한 제미나이 3.0을 선보였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I 칩 시장이 다극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PU는 범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다르게 AI 연산(행렬 곱셈)에 특화된 ASIC이다. 구글은 AI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했고, 이를 통해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구글은 지난 4월 발표한 7세대 TPU '아이언우드'를 기반으로 제미나이 3.0을 개발했다. 구글은 수천 개의 TPU를 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해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AI 모델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도록 했다. 동일한 연산을 수행할 때 엔비디아의 주력 GPU 'H100' 대비 최대 8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제미나이 3.0 프로는 주요 AI 벤치마크에서 경쟁 모델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AI의 한계를 측정하는 최고 난도의 벤치마크 'Humanity's Last Exam'(HLE)에서 제미나이 3.0프로는 도구 미사용 시 37.5%의 정답률을 기록해 제미나이 2.5프로(21.6%), 클로드 소네트 4.5(13.7%), 챗GPT 5.1(26.5%) 등을 압도했다.

구글 TPU의 성능이 입증되면서 메타가 오는 2027년 가동 예정인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TPU를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PU 탑재 메모리 수요 증가…삼성·SK하닉에 기회

구글 TPU 공급이 확대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구글은 제미나이 3을 중심으로 API, IDE(통합 개발 환경), 에이전트 플랫폼 등 다양한 툴을 제공해 개발자들의 AI 개발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생태계가 확대될수록 데이터센터 증설과 TPU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삼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D램과 낸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구글 TPU향으로 총 30억Gb의 HBM3E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체별로 SK하이닉스는 18억Gb 출하로 점유율 60%,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각각 10억Gb (33%), 2억Gb (7%)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에도 이런 점유율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TPU 수혜를 예상하면서 "TPU를 통한 구글의 AI 생태계 확장이 향후 삼성전자 메모리 공급 확대, 선단 공정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 제미나이 AI에 따른 갤럭시 판매 증가 등으로 수혜 폭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7세대 TPU는 HBM3E, 내년 8세대 TPU 모델은 HBM4 탑재가 예상돼 내년 삼성전자 HBM 공급 물량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추론 AI에 최적화된 TPU는 반복 학습보다 저장 연산이 대폭 증가해 DDR5, LPDDR5X 등 일반 D램의 공급량도 동시에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TSMC가 첨단 공정 가격을 지속해서 올리는 상황에서 최근 3나노와 2나노 공정 수율을 개선하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가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메모리, 파운드리,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통합한 '턴키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도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와 구글 TPU는 목적과 특성이 달라 상충관계(Trad-off)가 아니다"라며 "구글 AI 수요 확산은 전체적인 메모리 공급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