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술' 누리호 발사 성공…한화에어로·KAI·HD현대 '숨은 주역'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첫발…발사대·로켓·위성 개발 맡아

HD현대중공업이 구축한 발사대에서 발사 준비를 마친 누리호. (HD현대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4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참여 업체들의 기술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누리호의 경우 약 300개의 국내 우주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발사체의 각 부분을 담당하는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발사체를 제작 및 발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총괄했다.

앞선 1~3차 발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작·조립을 주관하고 민간이 일부 구성품을 맡는 형태였다면, 4차부터는 민간 체계종합기업이 제작을 전담하고 항우연이 이를 인수받아 발사운용을 진행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는 항우연에 기술 이전료 240억원을 지급하고 누리호 설계, 제작, 발사 운영 등 발사체 개발 전 주기 기술을 이전받았다. 2026년 5차 발사에서는 발사운용 검토 결과와 기술이전 습득 상황 등을 고려해 발사지휘센터(MDC) 및 발사관제선터(LCC) 등의 참여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7년 6차 발사에서는 발사책임자(MD), 발사운용책임자(LD) 및 LCC 일부 콘솔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체계종합업무 외에도 누리호에 탑재되는 총 6기의 엔진 총조립을 담당했다. 국내 일부 우주 기업들도 소형 발사체 엔진을 만들 수는 있지만 중대형 발사체(누리호급 이상)에 사용되는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한화에어로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누리호 액체로켓엔진은 등유와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가 반응해 연소하며 추진력을 낸다. 구조가 복잡하고 높은 수준의 정밀함이 필요해 개발이 어렵다. 한화에어로는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 누리호 1호기 엔진을 조립할 때 6개월 정도 걸렸던 제작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다.

한화 측은 "이번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리고 수많은 참여기업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라며 "앞으로도 정부, 연구기관, 산업생태계 구성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대한민국 우주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AI가 총괄제작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 (KAI 제공)

탑재체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이 제작 총괄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민간 큐브위성 12기가 실렸다. 우주기술확보와 우주과학임무 수행을 위해 제작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기존 1호기에서 개발한 표준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KAI가 독자적으로 국내 개발한 중형급 위성이다.

누리호에 실려 발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오전 1시 13분 발사된 후, 오전 1시 55분 지상기지국과의 첫 교신을 통해 정상 작동을 확인했다.

향후 3개의 탑재체를 활용해 △지구 오로라 및 대기관 관측(한국천문연구원) △우주 플라스마-자기장 측정을 통한 전리권 교란현상 관측(KAIST) △바이오 3D 프린팅 기반 줄기세포 3차원 분화배양 검증(한림대학교)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KAI는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서 발사체의 핵심부품인 1단 추진체 제작과 발사체 총조립까지 수행, 발사체와 위성을 아우르는 전천후 우주사업 역량으로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일조했다고 소개했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누리호 '발사대시스템'을 총괄 운용했다. 발사대 지상기계설비(MGSE)와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관제설비(EGSE) 등 발사대시스템 전 분야를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하고 모든 발사 과정에서 발사 전 점검·테스트 수행과 발사 운용까지 총괄했다.

발사체 지상고정장치(VHD), 추진제 공급 라인, 냉각·배기계통 등 핵심 설비의 반복 점검과 단계별 테스트를 수행해 작은 변형이나 성능 저하를 사전에 찾아서 조치했다. 또 반복 사용으로 누적되는 구조·기계 계통의 부담을 정밀 진단해 부품 교체와 계통 재정렬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누리호 발사대시스템 공정 기술의 국산화율 100%를 달성해 우리나라가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우주 발사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구축·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편 다음 5차 발사부터는 초소형 위성이 탑재된다. 이를 통해 초소형 발사체 운용 노하우를 확보하게 되면 방위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초소형 위성 분야 대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방산물자로서 위성 활용성이 증대되기 시작한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 한화시스템 초소형 위성, 쎄트렉아이 중대형 위성 및 위성관제 서비스 턴키 수주를 기대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우주부문은 현재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2030년 GTF RSP(기어드 터보팬 위험·수익공유 프로그램) 수익 구간 도래 및 우주사업을 통해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