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캠·CXL·HBF…AI 급성장에 제2의 HBM 개발 경쟁도 속도전
'루빈 탑재' 소캠, 저전력·효율성 강점…삼성·SK, 마이크론 추격
삼성 '메모리 부족 해결' CXL 경쟁 선두…'HBM 보완' HBF도 등장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뒤를 이을 신제품 개발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HBM은 D램을 여러 겹 쌓아 만든 메모리 반도체다. 이 기술이 최근 급부상한 이유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서비스와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HBM 기술만으로는 빠르게 발전하는 AI를 감당하기 어렵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보다 전력을 덜 소비하면서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다.
이에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도 HBM을 잇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소캠'을 탑재할 예정이다.
소캠은 저전력 D램인 LPDDPR을 여러 개 모아 만든 제품으로, AI 특화 메모리 모듈이다. 소캠의 최대 장점은 전력을 적게 쓴다는 점이다. AI 시대에는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전력 소모가 크면 상용화가 어렵다.
마이크론은 최근 소캠2를 공개하면서 전력 효율을 20% 높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전력 소모를 낮춘 소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캠은 또한 대용량 메모리로 구성할 수 있어 AI 추론, 개인용 AI PC, 기업용 AI 서버 등 중간급 모델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특히 AI 가속기에 HBM과 함께 탑재할 수도 있다. 루빈에도 HBM4와 함께 탑재될 예정이다.
가격 역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소캠의 가격대는 HBM 대비 25~33% 수준에 형성될 전망이다.
소캠 개발에 가장 앞선 기업은 마이크론이다. 당초 엔비디아는 올해 출시하려던 AI 가속기 'GB300' 시리즈에 적용할 소캠1을 마이크론으로부터 독점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기술적 결함으로 출시를 연기했고 소캠1 대신 소캠2를 탑재하기로 했다.
그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소캠 모듈을 공개하며 경쟁에 참여했다. 업계에선 3사의 소캠2 양산 준비를 비슷한 시기에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CXL도 주목받는 차세대 기술이다. CXL은 CPU(중앙처리장치)와 시스템온칩(SoC),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대용량, 초고속 연산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존 메모리 모듈에 CXL을 적용하면 용량을 10배 이상 확장할 수 있고 필요할 때 맞춰 사용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메모리 부족 현상이 현실로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메모리 확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CXL은 차세대 HBM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CXL 개발에 가장 앞선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세계 최초로 CXL 기술을 공개한 뒤 업계 최고 용량인 512GB 모듈을 개발했다. 현재는 CXL 2.0을 양산 준비를 마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기존 DDR5 모듈 대비 용량이 50% 확장된 CXL 2.0 기반 D램 설루션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인텔·AMD 등과 CXL DDR5 플랫폼 공동개발 해 현재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파네시아나 프라임마스 등 국내 스타트업들도 CXL 개발을 진행 중이다.
고대역폭플래시(HBF)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HBF는 D램이 아닌 낸드플래시를 쌓아 올려 만드는 반도체다.
HBF는 HBM만큼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층을 쌓을 수 있어 대규모 데이터를 읽고 쓰는 데 최적화돼 있다.
최신 HBM3E 12단 한 개의 용량은 36GB에 불과한데 고층으로 쌓기 어려운 HBM 특성상 용량을 빠르게 증가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HBF의 경우 이미 최대 321층 이상 쌓은 제품이 상용화되고 있어 용량 확장에 강점이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2027년부터 HBF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국 낸드 업체 샌디스크는 "HBF 메모리는 2026년 하반기, 컨트롤러는 2027년 출시가 목표"라고 했다.
신영증권도 "HBF는 2027년쯤 상용화가 예상된다"며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20억 달러(약 17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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