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잠수함, 국내서만 건조?…업계 "美 필리조선소서 가능"

'마스가 펀드' 활용 가능성…韓, 원잠 생태계 편입 빨라져
'한미 병행·공동 건조' 시나리오 가능성 충분 평가

7월16일(현지시간) 한화필리십야드 4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 National Security Multi-Mission Vessel)이 건조되고 있다.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원자력잠수함) 건조 장소에 대해 조선업계에서 미국 건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가 미국 필리조선소에 대규모 투자에 나설 예정이어서 기반시설 확충이 가능하고 부족한 기술인력은 파견하는 방식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종의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공동 건조하는 방식으로 장점이 더 많다는 게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현지 생산을 통한 조선업의 부활을, 한국 정부는 기술 자립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어서다. 건조 장소를 놓고 시간을 끌기보다는 관세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는 게 더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원잠을 건조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 정부는 국내 조선소 건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美 잠수함 건조 기반 없다?…"시간 충분·마스가 펀드 활용"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조가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콕 집은 필리조선소가 현재 잠수함 건조 관련 기반 시설이 전무하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화는 올해 8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선박 건조능력을 연간 20척까지 늘릴 것"이라고 하면서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 블록 생산기지는 함정용, 즉 특수선 생산을 위한 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측 계획대로 부지만 확보된다면 밀폐된 지상 작업장과 잠수함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지반 공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원잠을 건조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과 설비가 필요하다. 업계는 최근 조성된 1500억 달러 규모(약 217조 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펀드를 필리조선소에 투자할 수 있다면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마침 필리조선소는 미국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와 헌팅턴잉걸스 뉴포트뉴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기존 잠수함 공급 여력 보완 및 확장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숙련된 기술진을 필리조선소에 파견, 인력과 공급망의 한계를 단계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방산 라이선스' 패스트트랙 가능성…"원잠 확보 가속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를 직접 지목한 만큼 미국의 방산 라이선스를 패스트트랙으로 획득할 가능성도 높다. 미 해군 사업을 목표로 하는 필리조선소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 국방부에 시설 인증 보안(FCL)을 신청해 인증 절차를 밟고 있고, 미 해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정보제공요청서(RFI)도 제출한 상태다.

필리조선소를 활용할 경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첨단 잠수함을 건조하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한국에서 한국형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필리조선소에서 버지니아급 원잠 사업을 병행 건조하는 방안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버지니아급 잠수함 건조에 참여할 경우 한국은 글로벌 원자력추진 잠수함 산업 생태계에 빠르게 편입할 수도 있다. 향후 해외 수출에 나설 수 있는 필요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필리조선소에서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고 한국의 모듈·블록 협력업체를 활용한다면 한국형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완성도는 높이고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시설, 설계, 자재, 모듈 등 협력사들과의 상생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한화오션이 수주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부산·경남 지역 16개 조선소 및 협력업체와의 컨소시엄으로 확대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현지 시각)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뒤 "미국 잠수함은 미국에서, 한국 잠수함은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기본 원칙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필요한 원잠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선 등을 건조한다면 한국 내 건조 사업 역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