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 올라탄 HVAC…삼성·LG전자, 빅테크 합종연횡 "바쁘다 바빠"
삼성, 獨 플랙트 인수…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설루션 공급
LG, 액체냉각 상용화·액침냉각 3자 동맹…MS 파트너십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냉난방공조(HVAC) 사업 선점을 위해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부족한 기술력을 짧은 시간에 보완하는 동시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용 냉각 설루션을 거느린 독일 플랙트 인수를 마무리하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LG전자는 마이크로스픝(MS) 등 기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면서 진보된 액체냉각, 액침냉각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총 15억 유로(약 2조 4000억 원)를 투입한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 인수를 마무리하고 중앙 공조 및 데이터센터 냉각 설루션 사업에 본격화 나섰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가정용 에어컨 등 개별공조 시스템에는 강점이 있었지만, 산업·대형 건물 및 데이터센터 대상 중앙공조 설루션에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플랙트는 중앙공조 설루션과 데이터센터 냉각 설루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10여 개의 생산 거점과 유럽·미주·중동·아시아까지 폭넓은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달러에서 2030년 990억달러(약 140조원)로 연평균 8% 성장하고, 데이터센터 부문은 같은 기간 167억달러에서 441억달러(약 62조원) 규모로 연평균 1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는 기존 서버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하며 그만큼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성능 냉각 설루션이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의 전체 전력 소비 중 약 40% 이상이 냉각에 사용되기에 냉각 효율을 높이면 전체 전력 소비가 줄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플랙트 그룹 인수는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기 위한 승부수다. 특히 플랙트는 오픈AI와 엔비디아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대규모 AI 메모리를 공급하고, 삼성SDS는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의 설계, 구축, 운영에 참여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해상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여러 그룹사가 스타게이트에 참여하는 만큼 플랙트의 냉각 시스템까지 포함한 일괄 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대형 냉각기인 칠러를 중심으로 10년 이상 국내외 데이터센터에 설루션을 공급해 왔다.
LG전자는 나아가 액체 냉각, 액침 냉각 등 데이터센터 공조 설루션 라인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냉각수 분배 장치(CDU)는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내년부터 본격적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액체냉각 설루션은 GPU 등에 냉각판을 부착하고 냉각수를 흘려보내 직접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LG유플러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평촌2센터'에 CDU를 공급해 기술 실증을 진행 중이다. 액체 냉각보다 진보된 방식인 액침 냉각은 시장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 미국의 전문기업 GRC, SK엔무브와 손잡았다. LG전자의 칠러, 냉각수 분배 장치(CDU) 등 설루션과 GRC의 액침냉각 탱크, SK엔무브의 액침냉각 플루이드 등을 통합한 설루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전자와 밀접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LG전자는 MS와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하면서 MS가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설루션을 적용하는 등 협업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와도 냉각설루션 분야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CDU의 엔비디아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을 탑재한 서버 랙의 발열 특성, 전력 밀도 등에 최적화된 냉각 설루션에 대해 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각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냉각 시스템을 선택할 때, 엔비디아가 성능과 호환성을 인증한 제품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LG전자가 엔비디아 인증을 획득하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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