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이달말 인사…'절박함' 주문 구광모, 쇄신에 '무게' 싣나

'체질 개선' 성과 조주완·정철동 부회장 승진 '주목'
사업 보고 마무리 후 인사…문혁수, 사장 승진 가능성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인도 벵갈루루와 뉴델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방문해 미래전략을 점검했다. 구 회장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L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4/뉴스1 ⓒ News1 DB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LG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업계에선 구광모 회장이 '안정'보다는 '쇄신'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안팎에선 인사 규모를 비롯해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의 승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월 말 인사 유력…지난해보다는 '쇄신' 가능성

5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말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뤄지고 있는 LG그룹 계열사별 릴레이 사업 보고가 이달 중순 마무리된 이후 임원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지난 2016년(12월 1일) 이후부터는 11월에 임원 인사가 이뤄졌기에 올해 역시 이달 말 인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각에선 12월 초 인사 단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시기이기에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임원 인사 규모 및 방향은 철저히 비공개지만 업계에선 구 회장의 그간 발언이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취임 7년 차를 맞은 구 회장의 현실 인식과 구상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올해 LG 구성원들에게 전한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를 재차 언급했다. 신성장 동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짚은 셈이다.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방문한 인도에선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선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지난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선 서면 인사말을 통해 "지금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며 "컴플라이언스 경영과 신성장 동력 육성 두 개의 축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구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보다 강력한 메시지도 던졌다. 지난 3월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선 "우리의 사업 구조 변화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일부 사업은 양적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치중하여 경쟁력이 하락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모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그는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9월 사장단 회의에서도 "'사업의 선택과 집중', 'Winning 연구개발(R&D)', '구조적 수익 체질 개선' 등을 논의해 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의 당부와 질책을 토대로 보면 지난해 인사에서의 '안정' 기조보다는 '쇄신'에 무게가 다소 이동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게다가 지난달 LG생활건강 CEO로 로레알 출신인 이선주 사장을 영입한 것 역시 LG그룹 임원 인사가 '쇄신'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한국전자전' 개막식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인 부회장 체제 변화?…조주완·정철동 '체질 개선' 성과

특히, 이번 인사에선 부회장 승진이 최대 관심사다. 구 회장이 강조한 '체질 개선'은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이 이뤄낸 주요 성과이기도 하다.

현재 LG에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 신학철 LG화학 CEO 부회장의 2인 부회장 체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추가 부회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미국 관세 여파에도 불구하고 선방했고 그 배경에는 조 사장이 이끈 체질 개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AI 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에는 난방공조(HVAC)가 필수적인데 이를 일찍이 눈여겨본 이가 바로 조 사장이다. 조 사장은 가전 구독 등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남다른 안목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인도법인 증시 상장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수익성 개편을 이끌면서 얻은 '정철동 매직'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성과를 LG디스플레이에서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43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4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을 확정했다. 업계에선 LCD를 버리고 OLED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의 사장 승진 여부도 이번 인사에서 주목된다. LG이노텍의 시가총액 규모와 그간 대표이사들이 사장이었던 점을 비춰볼 때 문 대표의 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문 대표가 호실적을 견인해 승진 요인 역시 충분한 데다 LG이노텍에선 내부 출신 대표의 사장 승진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물론, 임원 인사 여부는 워낙 예측이 어려운 탓에 아직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LG그룹의 실적과 경영 환경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인사 작업이 진행 중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LG그룹 안팎에선 임원 인사를 두고 다양한 하마평만 거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지만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달간 이뤄지는 릴레이 사업 보고에서 인사의 향방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LG디스플레이 제공)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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