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조차 안된 50% 철강 관세…포스코·현대제철, 美 생산 빨라지나

관세협상 기대가 실망으로…"결국 품목 싸움" 해석도

29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2025.10.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철강 관세는 논의조차 되지 않으면서 철강업계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높은 50%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데다 미국이 최대 철강 수출국이어서 철강업계의 충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의 미국 현지 생산 전략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생산시설을 갖추고 제대로 된 철강제품을 생산하기까지 4~5년이 걸리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논의 테이블에도 못 올라간 철강관세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서는 반도체 및 자동차 품목의 관세 인하 등이 이뤄졌지만, 철강은 안보 품목으로 분류돼 관세 유지 대상에 머물렀다.

통상 수개월 전 주문이 이뤄지는 철강업계 관행상 5월부터 미국 관세 충격 여파가 본격화됐다.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은 5월 3억293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했다. 이어 6월 -7.6%, 7월 -25.8%, 8월 -36.8%, 9월 -17.5% 등으로 감소추세를 이어 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대미 철강 수출액은 27억8958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 줄어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이 최대 36%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전망한 상태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미국은 지난해 단일 국가 기준 철강(MTI 61 기준) 수출 1위(43억5000만 달러) 국가로 국내 철강사들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포스코·현대제철, 美 현지 생산 빨라지나

이에 국내 대표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트럼프 관세'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및 지분 인수·공장 건설 전략을 꺼내 들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포스코는 미국 최대 철강사 중 한 곳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에 조 단위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동업자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공급할 물량을 생산해 미국 시장에 공급한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의 MOU와 관련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지분 투자를 포함해 다양한 투자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계약은 빠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1분기 안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선 주 설비 업체 선정이 완료됐고, 세부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중 지분 구조를 확정,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관세협상 결과를 계기로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현재로선 공장 가동이 2029년 이후로 예상돼 당장 4~5년은 추가 대응책이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대체재가 없는 경우 수요처에 관세 부담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현대제철은 3분기 매출 감소에도 고부가가치 판매 비중을 확대해 전 분기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인장 강도를 대폭 높인 MS강, 차세대 모빌리티용 냉연 초고장력강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 양산 및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에 망간을 다량 첨가해 개발한 신소재인 고망간강, 차세대 강판인 기가스틸, 무방향성 전기강판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 영하 196℃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유지하는 고망간강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송하거나 저장하는 탱크와 LNG추진선(LNG를 연료로 사용)의 연료탱크 제작에, 기가스틸은 경량화가 요구되는 전기차에 쓰인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