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파기환송' SK 경영권 리스크 해소…AI·반도체 확장 '속도'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상고심, 노태우 금전지원 기여 불인정
내달 SK AI 서밋·CEO 세미나 개최…AI 사업전략 구체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AI 생태계 : AI Tomorrow, AI Together’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대법원이 16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1조 3808억 원의 재산분할을 결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SK그룹의 경영권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됐다. SK는 그간 지배구조 방어에 분산됐던 그룹의 시간과 역량을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의 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경쟁력 제고에 쏟을 수 있게 됐다.

노태우 300억, 재산분할 기여 불인정…지분매각 위협 해소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원,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 청구에 관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피고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까지 영향을 받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됐다. 최 회장의 재산은 급여와 배당금, 퇴직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식으로, △㈜SK 주식 1297만 5472주(17.90%) △SK디스커버리 보통주 2만 1816주(0.12%)·우선주 4만 2200주(3.22%) △SK케미칼 우선주 6만 7971주(3.21%) △SK텔레콤 303주(0.00%) △SK스퀘어 196주(0.00%) △SK실트론 29.4%(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한 간접 보유) 등이다.

파기환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기 위해 상당수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경영권 위기론'이 불거질 수 있었다. 최 회장은 ㈜SK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데, 다른 총수에 비해 지분율 자체가 높지 않고 ㈜SK 지분의 과반(54.9%)인 713만 3588주(9.84%)가 이미 금융권 담보로 잡혀 있어 지분담보 대출도 녹록지 않았다.

대법원이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 금전 지원을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노 관장 몫 재산분할액은 1심에서 판결한 655억 원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SK, AI·반도체 성장 가속…내달 AI 서밋·CEO 세미나 연달아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한 SK그룹은 AI와 반도체 중심의 사업 재편 및 확장에 속도를 내며 경쟁력 제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AI와 반도체에 그룹의 총력을 집중하기로 하고, 내년까지 80조 원의 재원을 확보해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AWS(아마존 웹 서비스)와 함께 울산에 건립하는 AI 데이터센터(DC)가 대표적이다. 울산 AI DC 건립은 △ICT(SK텔레콤·SK브로드밴드·SK AX) △에너지(SK가스·SK멀티유틸리티) △반도체(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한 결정체다.

이를 통해 AI 인프라 주도권을 확보하고 그룹의 AI 밸류체인(공급망)을 완성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뿐 아니라 SK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와도 협력해 서남권에 전용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해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실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오픈 AI와 협력과 관련해 "메모리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SK의 통합 AI 인프라 역량을 이번 파트너십에 집중해 글로벌 AI 인프라 혁신과 대한민국의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AI·반도체 중심 사업전략은 다음 달 연달아 열리는 'SK AI Summit(서밋) 2025'과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SK는 다음 달 3~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SK AI 서밋 2025'에서 SK그룹의 AI 경쟁력을 국내외 기업과 학계에 소개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발표한다. 최 회장은 '오늘의 혁신 실행(AI Now)'과 '내일의 도약 준비(AI Next)'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지난해 AI 서밋은 SK그룹 계열사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올해는 스타트업, 학계, 해외 기업 등이 참여해 온오프라인에서 3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열린다.

또 다음 달 6~8일 경기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는 곧 단행될 정기 인사를 통해 새로 구성된 경영진들이 모여 그룹의 사업 전략과 방향을 논의한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