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D-30]⑥ 숙소 챙기고 직접 초청장 전달…최태원 '고군분투'
국내외서 스타급 CEO 만나 참석 요청…글로벌 네트워크 적극 활용
숙소난 해결 위해 크루즈 호텔 아이디어 "韓 경제 저력 보여줄 것"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APEC 정상회의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알리는 역사적 이벤트라면 APEC CEO Summit(서밋)은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대형 쇼케이스가 될 것이다.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CEO 서밋이 3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걸음이 더 분주해졌다.
APEC CEO 서밋 의장인 최 회장은 그간 국내외에서 글로벌 기업의 CEO를 만나 초청장을 직접 전달하는 등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고 경주를 방문할 경제계 인사들이 참여할 프로그램과 이들이 묵을 숙소 등을 세심하게 점검하는 등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준비 부족으로 지탄을 받았던 지난 2023년의 잼버리 사태 이후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형 국제 행사인 만큼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1일 경제계에 따르면 'APEC CEO 서밋 코리아 2025'는 10월 28일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31일까지 진행된다. 최 회장은 최근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엑스포) 참관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후 미국으로 이동,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행사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미국과 일본을 돌며 주요 빅테크 기업 CEO를 초청하는 물밑 작업에 주력했다. 최 회장은 SK가 해마다 여는 울산포럼에도 매번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APEC CEO 서밋 준비 등으로 불참하기도 했다.
APEC CEO 서밋의 성공을 위한 최 회장의 고군분투기는 사실 1년이 다 돼 간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10월 추진단을 발족했고 최 회장은 같은 해 11월 16일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경주 APEC CEO 서밋 의장 자격을 인수했다. 이후부터는 전 세계를 누비며 자신과 SK그룹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 글로벌 빅샷 초청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거물급 인사의 면면과 규모는 APEC CEO 서밋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AI 황제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참석에 공을 많이 들였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반도체 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이들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 중이었고 최 회장이 직접 황 CEO를 만나 참석을 요청했다. 최 회장의 간곡한 요청에 황 CEO는 참석을 확정했다. 최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기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선 미국 주요 그룹 CEO들에게 초청장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난 5월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면담하고 APEC CEO 서밋에 대한 관심과 일본 유수 기업의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일본상공회의소도 찾아 홍보전도 펼쳤다.
국내에 방문한 굵직한 글로벌 기업 CEO들도 만나서도 항상 초청장을 전달했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생성형 AI인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등도 경주를 찾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해외를 방문하거나 주요 인사들이 한국을 올 때마다 항상 APEC CEO 서밋 홍보전을 펼쳐왔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행사를 역대 최대의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로 만들기 위해 SK의 네트워크 역시 활발하게 가동했다. 그룹 싱크탱크인 최종현학술원은 그간 글로벌 과학·기술, 외교·안보 분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는 한미일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모여 동북아, 태평양 지역의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 해법을 모색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행사를 앞두고 최종현학술원의 역량이 총동원됐다고 한다.
주요 인사의 초청과 함께 이들이 경주에서 지낼 숙소와 참여할 프로그램 준비 역시 최 회장의 주요 임무였다. 자칫 준비가 미흡할 경우 잼버리 악몽이 재현될 수 있기에 최 회장은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준비에 열을 올렸다.
이번 APEC CEO 서밋에만 국내 기업인 500명을 비롯해 1200명가량의 해외 기업인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지원 인력까지 합하면 기업인 전체 규모는 4000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있다.
정상회의로 인해 경주를 찾는 정부 대표단은 4000명으로 추정된다. 숙소 부족 문제를 고심하던 최 회장은 일부 참가자들의 숙소로 크루즈 여객선 활용 방안을 내놓았다. 직접 현장을 점검했던 최 회장은 두 척의 크루즈선을 확보했고 정부와는 출입국검역 절차 간소화 등도 협의했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프로그램까지 일일이 챙겼다고 한다. 첫날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다음 날인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총 20개의 세션을 준비했는데 글로벌 경제 이슈와 직면한 과제를 진단하는 시간부터 지역 경제 통합, AI, 디지털, 지속가능성, 금융·투자, 바이오·헬스 등 글로벌 경제 지형을 변화시키는 핵심 이슈를 모두 담았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세션과 부대행사는 최 회장이 직접 컨펌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PEC CEO 서밋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최 회장은 매년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 포럼 장소를 경주로 옮겨 3박 4일 일정을 소화했다. 포럼 기간 APEC CEO 서밋 관련 회의를 열었고 국회 APEC 특별위원회 인사들과의 간담회, 현장 방문 등을 진행했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의 위상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APEC CEO 서밋이 다가올수록 최 회장의 활동폭은 더욱 넓어졌고 대한상의의 실무 준비 역시 분주해진 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과 대한상의 회장직 수행도 만만치 않은데 APEC CEO 서밋 준비까지 맡으면서 업무가 상당히 가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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