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 단일화 vs 다변화…양분하는 국내 LCC 사업 전략

기종 단일화 시 운영 효율 극대화…장거리 취항에 기종 늘리기도
포화 상태인 국내 LCC 시장…차별화로 경쟁력 높이려는 포석

지난 6일 김포국제공항에 파라타항공의 2호기인 A320-200 기종이 들어온 모습. 1호기는 A330-200으로 대형기, 2호기는 소형기다. 2025.09.06.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파라타항공이 오는 30일 운항을 개시하면서 정규편을 갖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총 9개로 늘어난다. 이미 포화 상태인 LCC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각 사의 기재 보유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종 단일화로 운영 효율화를 꾀했던 게 전통적인 LCC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종 다변화로 차별화에 나서는 곳도 늘고 있다. 단거리 노선을 넘어 장거리 노선을 함께 운항해 대형항공사(FSC) 못지않은 '하이브리드 항공사'로 몸집을 불리기 위한 포석이다.

파라타, 대형·소형기 동시 도입…티웨이, 기종 다변화 선두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파라타항공은 지난 7월 에어버스 A330-200을 1호기로 도입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2호기로 에어버스 A320-200을 들여왔다. 2호기 A320-200은 항속거리가 6000㎞ 안팎인 소형기로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된다. 반면 1호기인 A330-200은 항속거리가 1만 2000㎞에 달하는 대형기로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다.

파라타항공은 연내에 A330-200 1대와 A320-200 1대를 추가 도입해 총 4대의 항공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30일 취항이 확정된 양양~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연내 일본과 베트남에 취항한 뒤 내년에는 북미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생 LCC가 소형기와 대형기를 교차해 도입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단일 기종을 사용해야 운영·관리·정비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기종 다변화를 모색한 건 대부분 LCC가 집중하고 있는 단거리 노선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매출 측면에서도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항공권 가격이 높아 도움이 된다.

이러한 기종 다변화 전략은 티웨이항공이 먼저 시작했다. 2022년 호주 취항에 이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노선 이관으로 지난해부터 유럽 주요 도시에서 정규편을 운항하고 있다. 2022년부터 항속거리가 1만㎞인 대형기 A330-300을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대한항공으로부터 A330-200 6대를 넘겨받았다.

올해에는 항속거리가 1만 3000㎞가 넘는 보잉 대형기 B777-300ER 2대를 도입했다. 그중 1대는 LCC 최초로 일등석을 운영하고 있다. 일등석을 도입하면 해당 항공기의 전체 좌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년에는 연료 효율을 높여 항속거리를 1만 3000㎞까지 늘린 A330-900 5대를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이 최장 1만km까지 운항할 수 있는 A330-300기를 2022년 3월 도입해 김포국제공항에서 공개한 모습. 347석 규모의 A330-300은 중장거리 노선 운항에 적합한 기종이다. 2022.3.17/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여전히 대세는 기종 단일화…진에어, 다변+단일화 동시 추진

다만 기종 다변화 전략이 아직 국내 LCC의 대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내 LCC 6곳은 여전히 단일 기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은 항속거리가 6000㎞ 안팎인 B737 시리즈(B737-800·B737-8)를, 에어부산, 에어서울, 에어로케이는 A320 시리즈(A320-200·A321-200·A321neo)를 사용한다.

이들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기 때문에 대형기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단일 기종으로 운영하면 기재 정비비를 줄일 수 있고 제작사와의 구매 계약에서도 한 종당 구매 대수를 늘려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운항승무원들은 기종별로 조종 면허를 따야 하므로 항공사가 한 가지 기종으로 운영하면 근무 스케줄을 짜기도 수월하다.

한편 진에어는 기종 다변화와 단일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먼저 내년부터 A321neo를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보잉 737 시리즈를 주력으로 했던 진에어가 에어버스 기종을 도입하는 건 처음으로 기종 다변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내년 말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A320 시리즈를 운영하는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반대로 기존에 사용하던 B777-200ER 4대는 리스 계약 만료 시점인 내년 상반기까지만 사용하고 반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논의 중이다.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항속거리가 1만 3000㎞에 달하는 대형기를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기종 단일화로 정비비를 줄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보잉으로부터 구매 도입한 B737-8 6호기가 지난 7월제주항공에 인도된 모습.(제주항공 제공). 2025.07.19.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