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재생에너지 강화 발언에…업계선 "탈원전 시즌2 되는 것이냐"

李 대통령, 원전 신설 계획 재검토 시사…업계 "말 뒤집은 것"
원전 부품 업체도 불확실성 커져…"정부가 부정적 여론 조장"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김승준 기자 = 김성환 환경부 장관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원전 추가 건설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원전 업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업계 내에서는 원전 생태계 훼손과 산업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경험했던 원전 업계 일각에선 탈원전 시즌2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이 11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된 새 원전 건설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면서 원전 부품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李 대통령, 원전 신설 계획 재검토 시사…업계 "말 뒤집은 것"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신규 원전 추가 건설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원전 업계에선 탈원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짓는 데는 최소 15년이 걸리는 만큼 추가 착공은 현실성이 없고 그보단 인프라·전력망을 깔아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9일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건설 여부는 국민 공론을 거쳐 판단하자는 의견이 있어, 그 논의 결과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원전 업계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부가 말을 뒤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개(4개 모듈) 짓는다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을 확정했는데,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에 반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새 정부 출범 후 원전 확대에 부정적이던 김성환 환경부 장관 주도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키면서 커지던 원전 업계의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수원 관계자는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 소요 기간이 15년 걸린다고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둘러야 한다"며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을 생각하면 더 빨리 (신규원전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1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2025 대한민국 전기산업 엑스포'를 찾은 내빈들이 한국수력원자력 부스에 전시된 1000㎿(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APR1000 발전소의 핵심 구조를 표현한 모형을 살펴보며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2025.6.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원전 부품 업체도 불확실성 커져…"정부가 부정적 여론 조장"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원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기업들은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맞춰 부품 공급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당장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이 수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술 발전과 수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력수급계획은 장기간에 거쳐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발언을 하면서 불확실성은 확실히 커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전 기술이 경쟁이 치열하고 국가적으로도 수출에 힘쓰는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는 국내 원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장관이 신규 원전을 짓는 것에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서 원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국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확산하면 탈원전 시즌2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여야 합의를 통해 확정된 전력수급계획이 7개월 만에 엎어지게 되면서 산업의 미래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