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대기업 정규직 고령자 492% 늘 때 청년 고용 1.8% 감소

경총 "대기업 정규직 고령자 급증…청년 고용 위축 심각"
중소기업·비정규직 임금·복지, 대기업 절반 수준

(자료제공 = 한국경영자총협)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지난 20여년간(2004~2024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정년 연장 효과로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비중이 늘면서 청년층의 우수 노동시장 진입 기회가 더욱 좁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임금과 복지 등은 대기업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7일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근로자 중 대기업 정규직은 264만3000명으로 전체의 11.9%를 차지했다. 반면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인 '여타 부문'은 1950만1000명으로 88.1%를 기록했다.

여타 부문은 전체 고용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대기업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대기업 정규직 대비 여타 부문의 월 임금 총액은 57.9%로 조사됐다. 평균 근속연수는 46.8%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과 퇴직급여·상여금 수혜율은 대기업 정규직이 100%지만, 여타 부문은 65%~76%에 그쳤다.

지난 20여년간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10.40년에서 12.14년으로 길어졌지만, 신규 채용률은 9.6%에서 6.5%로 감소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2012년 27.9%에서 지난해 19.9%로 하락했다. 경총은 "대기업 정규직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기업 내 고령자(55~59세) 고용이 증가하면서 청년(23~27세)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여년간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고용은 492.6% 증가한 반면, 청년 고용은 1.8% 감소했다. 그 결과 대기업 내 고령자 고용 비중은 6.4%포인트(p) 증가했지만, 청년 고용 비중은 6.4%p 줄었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고용의 경우 같은 기간 777% 늘어났지만, 청년 고용은 1.8% 줄었다. 고령자 고용 비중은 2004년 2.7%에서 2024년 10.7%로 8%p 증가해 청년 고용 비중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청년 고용 비중은 13.6%에서 6%로 줄었다.

경총은 청년 고용이 위축된 현상은 정년 60세 법제화로 대기업 정규직 내 세대 간 일자리 경합이 더욱 치열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노동법제와 사회안전망으로 두텁게 보호받는 약 12%의 대기업 정규직과 보호 수준이 낮은 88% 중소기업·비정규직 간 이중구조는 청년에게는 좌절감을 안기고 기업 활력을 떨어뜨린다"며 "대기업 정규직은 유연성을 높이고, 중소기업·비정규직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유연안정성 제고 정책으로 포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