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100일]"살려야 한다"…석화·철강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중국발 공급과잉 등 영향…업황 악화 장기화 조짐
"기술 혁신과 투자 지원 병행돼야…사회 합의도 중요"
- 양새롬 기자,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원태성 기자 = 출범 100일(11일)을 앞둔 이재명 정부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석유화학과 철강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은 정유와 자동차, 조선 등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에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구조조정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과 철강 시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게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해고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고통이 더 커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과 철강 구조조정은 단순한 감산이나 퇴출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전환과 인력 재배치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과 지역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석유화학 구조조정 목표는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18~25%(연 270만~370만 톤) 감축이다. NCC를 통해 생산되는 에틸렌의 가격이 하락해 현재 국내 기업은 생산할수록 손해가 쌓이는 구조가 심화한 탓이다.
최근 정부는 10대 석유화학 기업들에 사별로 구체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연말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충분한 자구노력과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계획이 마련돼야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임승차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업계는 과감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합병의 걸림돌이 되는 공정거래법의 예외를 인정하고 사업 통폐합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금 면제에 대한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수와 울산, 대산 등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 근로자 약 5만3400명을 위한 안전망과 특별법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금부터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동시에 특정산업구조개선임시조치법을 통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생산 집중, 공동 투자, 공동 판매회사 설립, 과잉 설비 처리 등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과점 행위는 예외로 인정했다. 또 합병, 분할, 설비 축소 등 사업 재편에 대해 세제 공제와 과세 이연을 지원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펀드를 통한 보조금 지급 등 금융 지원을 제공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 역시 대형 구조조정에 한해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을 유연화하고, 공급과잉 해소 목적의 자산 처분·합병에는 법인세·취득세 전액 감면 같은 파격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부는 이달 중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비슷한 노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업계에서 이행하는 식이다.
철강 업계 위기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석유화학과 같은 공급 과잉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은 1%대에 머물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는 증설을 이어가며 저가 공세를 벌이고 있다.
탄소 규제도 고민거리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고로(용광로)에서 철을 뽑아내는 방식은 전기로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이 2배 이상 많아 유럽 수출 물량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관세'도 빼놓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 달러로, 전년 동기(3억8255만 달러)보다 25.9% 급감했다. 이는 2023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여기에 미국이 50% 고율 관세 대상을 철강 파생품목 407종으로 확대했고, 일본과 캐나다가 각각 한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과 유정관(OCTG)에 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미 개별 기업들은 사업 방향을 조정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당장 포스코그룹만 해도 저수익 장기화 사업을 125개 추려 이를 정리 중이다. 이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재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당진 제철소 고로 중 일부를 전기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 혁신과 투자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과잉설비를 조정하되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고, 재정 지원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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