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아니다' AI 수요 '우상향'…"2030년 반도체 시장규모 1700조"

카운터포인트 "AI 수요로 30년 반도체 시장규모 1.9배↑"
IDC "2029년 AI 지출 1.3조달러"…삼성·SK하닉 수혜 기대

지난 2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2.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최근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애플리케이션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해 2030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규모가 2024년의 두 배 수준인 1조 2280억 달러(약 17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성능·고용량 AI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도 수혜가 예상된다.

2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규모는 2024년 656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9배 늘어난 1조 22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카운터포인트는 "주요 촉매제는 향후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지속적이고 빠른 수요 증가에 힘입은 고급 AI 서버 인프라 개발"이라며 "이런 수요는 대부분 하이퍼스케일러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초거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CSP)을 의미한다. 아마존(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가 4대 하이퍼스케일러로 꼽힌다.

올해 2분기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 규모는 882억 달러(약 124조 원)에 달하며, 예산은 주로 AI 데이터센터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에 사용됐다.

대규모 투자에 따라 서버용 반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 153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4640억 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용 반도체는 1720억 달러에서 2590억 달러, 자동차용 반도체는 480억 달러에서 1060억 달러, PC용 반도체는 690억 달러에서 104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부사장은 "에이전틱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토큰 생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클라우드와 엣지 모두에서 상당한 컴퓨팅과 메모리 등을 요구하며, 반도체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의 흐름은 피지컬 AI의 도래를 지원해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의 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이는 최근 제기된 AI 거품론을 불식시키는 주장이다. AI 거품은 AI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되지 않고, 그에 따라 투자금 회수, 관련 기업의 주가 폭락 등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AI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경우 최근 3년간 주가가 700% 이상 폭등해 세계 최초로 시가 총액 4조 달러를 돌파했다.

MIT NANDA(Networked Agents and Decentralized AI) 이니셔티브가 이달 펴낸 보고서에는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 투자가 3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56조 원)에 달하지만, 기업의 95%는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거품론 확산을 촉발했다.

모히트 아가 왈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디렉터는 "광범위한 수익화 시점은 개인·기업의 채택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치 창출의 기회는 분명하다"며 "차세대 AI가 창출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력 생산성 향상과 광범위한 자동화를 통해 달성되는 상당한 운영 비용 절감이고, 이는 AI 수익화 거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시장조사기관 IDC도 AI 지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IDC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AI 지출이 매년 전년 대비 31.9% 증가해 2029년에는 1조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지출 확대와 그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는 AI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사는 HBM뿐 아니라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PIM(연산기능 내장 메모리) 등을 개발해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별 제품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 있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이익은 견조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