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상호관세에 비상 걸린 韓 산업계…'대책 마련' 분주

FTA 체결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자동차, 품목 관세 발효
대미협상 시도 나선 정부…자동차 등 피해 예상 업종 지원방안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중 "한국, 일본과 매우 많은 다른 나라들이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무역 장벽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말하고 있다. 2025.04.03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 예상보다 높은 25%의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산업계가 비상이다. 당장 경제계는 정부에 미국과의 조속한 협상을 촉구하면서 릴레이 토론회를 열어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가동한 정부는 즉시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訪美)를 추진,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하고 나섰다. 또한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다음 주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경제산업계 간의 대책 논의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에 정부·경제계 '당혹'…비상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차등을 둔 상호 관세 세율을 발표하자 대한민국 정부와 경제·산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예상보다 높은 25%의 관세율 때문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다. 백악관이 당초 정리한 표에선 25%로 발표를 했지만 관련 부록에는 26%로 명시되면서 혼선이 일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은 상호관세 행정명령 부속서에 첨부한 국가별 관세율 중 한국의 관세율을 기존 26%에서 25%로 고쳐 다시 게재했다.

대한민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상호 관세 대상은 아니지만 자동차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품목 관세가 적용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는 자동차로 작년에만 143만 2713대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 수출액은 2024년 대비 63억5778만 달러(약 9조 1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으로 등극한 동남아 지역에 생산 기지를 둔 기업 역시 다수라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34%, 기존 관세율 20% 합산 시 54%), 베트남(46%), 태국(37%), 인도(27%)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이 책정됐다. 동남아 지역에는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공장이 있으며 디스플레이·카메라 모듈 기업을 비롯한 부품·소재 기업들도 진출해 있다.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소 K-뷰티 판매 업체들 역시 관세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관세 부과로 결국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美와 협상·긴급 지원 대책 '투트랙' 대책 분주

상호 관세 발표로 정부와 경제계 모두 긴급하게 대책 논의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제3차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소집해 상호 관세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주요 경제단체에서도 통상전문가를 초청, 세미나를 열고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

정부와 경제계는 일단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긴급 지원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한 권한대행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추진하는 등 긴밀한 대미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경제안보전략 TF와 업종별 릴레이 간담회를 여는 등 민관 소통을 통한 조율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긴급 지원 대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날부터 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선 내주까지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계 부처 합동으로 중소중견기업 등 취약 부문과 업종에 대한 지원 방안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계에서도 정부에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계 역시 정부의 대미 협상을 측면 지원하면서 공급망 재편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서두르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는 방식이다. 삼성SDI(006400)는 최근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등의 대응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인디애나주 1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이어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과 GM과 합작한 생산 시설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LS전선과 LS일렉트릭(010120) 등 LS 계열사들도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발맞춰 현지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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